몹시 춥고 눈발까지 날리던 며칠전 해인사 계곡을 찾았습니다. 바위틈 사이로 달려있는 보석같은 얼음들 하며 졸졸 흐르는 계곡물에 비친 하늘이 참 이뻤습니다.
하얀 눈길에 첫발을 내딛듯 새해의 설렘이 가득하다. 두둑한 몸집으로 매달려 있는 달력이 희망을 잔뜩 끌어안은 듯 믿음직스럽다.
하늘과 가까운 허름한 달동네에세월에 닳아버린 회색빛 담장들이얘쁜때깔 갈아입고 새해맞이 분주하다 새벽 찬바람에 총총대는 발걸음이 어제나 오늘이나 변함없이 바쁘건만그날이 그날인 듯 지쳐버린 가슴에꿈과 희망을 실어 높이높이 띄워본다
다 떠나간 겨울나무에 찢기고 상처 난 잎새 하나 매달려있다 지난 세월 털어낼 수 없는 미련이 곳곳에 남아 차가움에 몸을 떨며 아직 떠나지 못하고 있다
흐르는 강물에 가을이 내려 앉아 바람따라 물결따라 친구되어 흘러간다 맴 돌며 뒤척이는 그들의 몸짓이 지나온 세상살이 들려주는 듯 하다.
곱게 물들어 우리를 즐겁게 하던 가을도 떠나려하고 높으신 분이 삐쳤나 싶을 만큼 세차게 불어대는 쌀쌀한 바람들 바람에 시달려 곧 떨어질 단풍을 애처러워 내 마음에 담아본다.
가을이 곱게 물든 불국사에 사람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한해살이를 마무리하는 나뭇잎의 고운 빛깔을 우리는 닮고 싶어 찾아가는지도 모르겠다.
그 아이는 동생을 업고 다니며 물건을 팔았고 따가운 땡볕에 구슬땀을 흘리며 우리를 따라다녔다. 파는 물건은 우리에겐 아무 소용이 없어, 그냥 가지라며 작은돈을 내밀었다. 입을 꼭 다물고 그냥은 안받겠다며 강하게 도리질을 치던 그 아이가 문득 생각난다.
먼 나라 어촌에서 낮선 풍경을 만났다둥글둥글한 광주리들이 예쁜 그림을 만들고 있다 이른 아침 바다에 나가 물고기를 잡고 좋은 햇살에 몸을 말리는 중이란다 늘 기다란 고깃배만 보다가우리집 부엌에도 있는 광주리 배를 보니신기하기도하고 친근감마저 든다.
여리고 푸르렀던 들녘이 깊어가는 가을따라 곱게 익어간다 어느덧 다가온 내 안의 가을도 저렇듯 조용하니 곱게 익어가면 좋겠다
까실까실한 햇살에 가을이 익어가고 조용한 절 마당에 붉은 꽃 피어난다. 보듬어주는 잎새 하나 곁에 두지 못하고 홀로 붉어짐이 서러워 보인다.
부산 명소중의 한곳인 다대포는일출과 일몰을 볼 수 있는 곳 드넓은 백사장에 바람이 빚어낸 모래 결이우리의 마음을 붙드는 곳
여름내 뜨거웠던 햇살에 가을이 곱게 익어간다 들녘에 피어있는 예쁜 꽃에 실려 가을이 산들산들 춤을 춘다.
산 중턱에 걸려있는 달빛에 빈 바다의 고요함이 드러난다 따가운 햇살, 부서지는 파도, 그리고 아우성...커다란 뜰채로 건져낸 듯 적막하기만 하다
황혼이 깃든 모래밭에 아주 작은 길이 보인다 쪼그리고 앉아 누가 가는 길 인지 살펴본다 동그스럼한 조개 하나가 아주 굼뜨게 움직이고 있다 뾰족한 침으로 어릴때 재미삼아 파먹던 그 고동이 그렇게 살아서 길을 가고 있는걸 처음봤다 구비구비 길을 만들며 살아가는 생명체 라는걸 오늘에야 처음 알았다 내가 바보같다
지난밤 열대야에 이리저리 뒤척이다 새벽녘 창문에 부옇게 내려앉는 안개비에 실날같이 붙들고 있던 잠을 놔버린다 주섬주섬 카메라를 챙겨들고 들녂에 나간다 풀잎에 꽃잎에 서걱거리던 흙더미에도 방울방울 맺혀있는 이슬방울이 나를 보며 웃는다
파닥이던 날개짓에 하루가 저물고일렁이던 잔물결에 황혼빛이 찾아드네 언제나 그 자리에 바다새는 날아오고무엇을 기다리나 오늘도 하염없네
세상구경 나온지 얼마안된 새끼백로가벌써 뭔 잘못을 했는지 엄마가 뿔났다 새똥을 맞아가며 훔쳐보는 백로의 하루가울고 웃는 사람동네랑 별반 다른게 없나보다
우리는잿빛구름 사이로 고개 내민 붉은노을우리는어둠 속에 찾아와 길 밝혀주는 달빛우리는먹먹한 가슴에 피어나는 하늘빛 박하향
무심히 스치는 그 많은 사람들 중에 우리, 환한 얼굴로 마주할 수 있슴이 고맙습니다. 가끔은 가는길이 달라 눈에 보이지 않아도 잔잔한 그리움으로 내마음을 두드려주니 행복합니다 그대와 나, 우리의 소중한 인연이 그렇게 오래도록 따뜻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