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한창훈은 바다와, 바다를 생존의 터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의 대변인처럼 소설을 쓴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무슨 얘기를 써도 한창훈의 글에서는 바다 냄새가 펄펄 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의 제목 ‘나는 여기가 좋다’ 란 곧 ‘나는 바다가 좋다’ 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설가 한창훈, 하면 저절로 그
‘경제학’이란 말을 들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렵기만 하고 별 쓸모도 없는 학문이라는 생각을 한다. 경제학자인 나도 그 생각이 완전히 틀렸다고 반론을 펴기는 힘들다. 경제학에 그런 측면이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사실이다. 최소한 경제학자들이 말하고 행동하는 것을 보면 그런 느낌을 받을 수밖에 없다. 대중과의 소통은 안중에도 없고 자기네
한국 최초의 클래식드라마 라는 열풍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덕에 클래식 음악과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을 더 받게 되어 적지 않게 즐거워하고 있다. 여러 차원의 음악 강좌가 활성화되고, 재미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지속적으로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드라마
서하진의 『착한가족』안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보면 선량한 가족들의 이야기인줄 알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에게 치밀한 렌즈를 갖다 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하다기 보다는 마지막 보루처럼 착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어떻게든 타인과 소통을 이루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매 상황
쥐띠, 소띠, 호랑이띠... 주로 연초에 무슨무슨년(年)이라고 하면서 잠시 떠들썩했다가 다시 연말쯤이면 무슨무슨년이 가고 하면서 들어보는 게 아마도 전부일 것이다. 십이지(十二支). 사실 일상생활을 하는데 그 정도면 조금도 부족함이 없다. 농경사회도 아니고 21세기 첨단 대한민국에서 띠 따지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다. 십이지는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이 책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필자는 이번에는 느낌이 다르다는 말로 말문을 연다. 1997년 말의 경제위기를 잘 버텨낸 사람조차 겁먹게 만들 정도의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다는 말이다. 생존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이 심각한 상황에
어떤 책은 책의 내용을 알기도 전에 표지만 보고도 그 책이 좋아서 두 손으로 쓸어보게 되는 책이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그런 책이다. 마르셀 프루스트라는 이름은 요즘 젊은 독자들에겐 그 이름이 다소 생소하게 들릴 수 있겠다. 하지만 20세기 소설가를 논할 때 빠질 수 없는 작가가 마르셀 프루스트이다.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
현직에 있을 때보다 은퇴 후 활동으로 유명하다면 이는 기이한 일 아닌가? 게다가 그 현직이라는 것이 세계에서 가장 막강한 자리인 미국 대통령이라면 더욱 기이한 일 아닌가? 나아가 현직시절에는 인기가 없다가 은퇴 후 연장통 하나 둘러매고 가구를 만들고 남을 위해 집을 지어주는 등의 봉사활동으로 인기가 높아져 노벨평화상까지 받았다면 이 같은 인생역전의 이야기가
큰 기대않고 집어든 책에 순간 빠져드는 체험은 독서가 아니고서는 하기 힘든 체험이다. 이 책이 딱 그랬다. 일간지들에 서평이 났을 때도 그저 한 시각장애인 변호사의 고난 탈출기겠거니 했고 심사를 위해 놓인 책들 속에 포함돼 있을 때도 전혀 눈길을 끌지 못했다. 마침 이번에는 눈에 들어오는 책이 없어 뒤지고 또 뒤져야 했다. 그래서 마지막에, 솔직히 어쩔 수
1960년대 초 정부는 요즘 주공아파트처럼 텔레비전을 추첨 분양한 적이 있다. 몇 인치짜리를 적어내야 당첨율이 높을지 가족회의를 열었던 집도 많다. 그러던 텔레비전이 달동네 가정까지 보급된 후 최근에는 개인 소유물로 변신 중이다. 게다가 사람들이 평일 2시간, 일요일은 3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한다니, 그것은 실로 가족보다 더 친숙한 존재가 아닐 수 없다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르 클레지오라는 소식에 놀라는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그의 작품은 이미 세계인에게 원숙하게 다가와 있었다. 그의 데뷔작 “조서”는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에 번역되면서 세계 각국의 작가들과 작가 지망생들을 충격에 빠뜨리기도 했다. 그의 초기 작품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주제는 “현대문명의
추천월: 2008년 12월저/역자 : 이영희출판사 : 디자인하우스2008-11-05/ 296쪽/ 12,800원재능이 있고, 눈썰미가 있고, 손끝이 명민한 한국의 여인네들이 어려운 시절을 건너오며 끈질기게 무엇인가를 해내는 것을 보는 일은 그 자체로 삶을 향한 절실한 기도를 보는 양 절로 그 앞에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게 한다. 70대가 된 이영희가 한복
터부는 깨어지고 역사는 새롭게 씌어졌다. ‘세계의 대통령’이라고 할 수 있는 미국대통령에 가장 소외된 소수민족인 아프리카계가 당선된 것이다. 이 같은 사실과 관련해 현재 세계는 ‘오바마 열풍’을 앓고 있다. 미국의 유수한 전기 작가인 헤더 레어 와그너가 쓴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는 쏟아져 나오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전기 중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다.
그는 스스로를 불평꾼이라 부른다. 세상에 대해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이라는 뜻일 게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는 ‘투덜이’쯤 될까? 이 우울하고 심술 많은 미국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는 문득 자기 몸을 세상에 던져 불평불만과 우울로부터 벗어나보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1년 동안 4대륙 10개국을 깊이 있게 여행하기였다. 그는 여행
『밤은 노래한다』를 읽는 일은 처절한 일이다. 역사 속에 파묻혀 있는 1930년대의 민생단 사건의 비극과 대면하는 일이기도 하니까. 그런데 이 비극은 작가의 아름답고 세련된 문체를 타고 오늘날 이 현재로 거침없이 역류해온다. 민생단 사건이 무엇인지 모르는 세대들에게 『밤은 노래한다』는 교과서 역할을 하기도 할 것이다.
책의 표지를 보면 책의 제목처럼 멋대로 사진을 찍고 있는 맨발의 씩씩한 여인이 날아다니고 있다. 뭔지 매우 기발하고 자유롭고 재미있는 일이 내 눈을 즐겁게 해줄 것 같은 인상이다. 그런데 그 사진가의 이름은 조선희다. 경북 왜관에서 태어나 소박하고 평범하게 살았을 것 같은 30대 후반 여성의 이름답다. 첫 인상이 이렇게 상충하는 것처럼 조선희의 힘은 평범과
전통적 경제이론은 인간이 합리적이며 이기적이라는 가정에서 출발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이 정말로 그런지는 엄밀하게 입증된 바 없다. 말하자면 믿음의 차원에서 그와 같은 가정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행태경제이론behavioral economics’은 이와 같은 가정에 이의를 제기한다. 인간은 완벽하게 합리적
는 지난 5월 타계한 문단의 거목 박경리 작가의 유작시 39편을 모은 유고시집이다. 생애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았던 박경리 작가는 미발표 시를 남겨두고 흙으로 돌아갔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가제가 붙은 유고 시집은 고인이 생전에 시집을 내기로 했던 마로니에북스에서 나올 예정이며
"다시 그립습니다, 어머니 / 다시 사랑합니다, 어머니 //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글 / 불러도 불러도 끝이 없는 노래 // 이제는 침묵 속에 남기렵니다 / 이제는 기도 속에 익히렵니다 // 어머니가 우리 어머니셨음이 / 다시 고맙습니다, 어머니 / 언제나 안녕, 안녕히!"("어머니는 가셨지만" 중) 얼마 전 암 수술을 받고 투병 중인
국립중앙도서관에서『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77선』을 선정했다. 목록을 살펴보니, 그동안 읽어보고 싶었던 책들도 꽤 많고 마음에 와닿았던 책들도 많다. 특별히 어딘가로 휴가를 떠날 계획이 없는 지금, 딱 어울리는 주제가 아닐까 해서 목록을 소개한다. 1. 1日30分 - 후루이치 유키오 (읽음) 2. 견딜 수 없는 사랑은 견디지 마라 - 서정윤 3. 고고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