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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사랑하면 춤을 춰라"는 노래를 제외한 모든 대사가 시대와 국적이 다른 다양한 춤 (비보이, 힙합, 재즈, 테크노, 브레이크 등)으로 이루어진 일종의 Non-verbal performance다. 춤이라는 시공을 초월한 개방형 소재 뿐만 아니라 공연의 테크닉까지 그야말로 활짝 열린 무대인데, 극을 이끌어가는 재주꾼과 배우인 춤꾼들이 객석과 흥겹게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10.30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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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저녁 제3회 부산 불꽃 축제의 막이 올랐다. 이번엔 1,2 회와는 달리 이틀에 걸쳐 진행된다고 하니, 좀더 많은 이가 구경할 수 있어 좋겠다. 젊은이들은 본행사보다, 각종 첨단 기기를 활용하여 벌이는 초대형 미디어 아트쇼인 전야제에 더욱 관심이 높다. 여타 불꽃축제와는 차별화 되는 볼거리인 만큼 그냥 놓치기 정말 아깝다. 본행사에서는 45분간 8만발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10.2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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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생을 위해 너는 빈곤한 삶에 이토록 질긴 자비를 베푸는가, 낙엽 지는 눈물 첫눈이 될 때까지 못다한 이야기를 서성이며 하는가. 가을아 이제 외롭다고 말하지 말자 열정으로 살아온 날이 많았으니, 진실로 사랑했다면 형벌 하나쯤이야 달갑게 메고 가자. 잊기 서운한 꿈을 깬 듯 퇴상(退霜)에 전율하는 가을아 떨구지 않으면 일굴 것도 없다, 그래도 너는 눈물을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10.11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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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약속이 있어 해운대 다녀오는 길은 네 살 난 딸아이와 동행했다. 아직 지하철을 [기차]와 구별하지 못하는 덕에 딸아이에겐 가슴 설레는 여행이 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예상대로 지하철을 타고 이동하는 시간 자체를 가장 즐거워했다. 좌석이 하나만 비어있으니 엄마인 나를 앉히고 저는 서있기를 원했다. 벌써 딸 덕을 보는가 싶어 미소까지 머금었는데,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10.03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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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에 그랬듯, 팔월 보름에도 둥근 마음으로 살갑게 모여 앉았다. 하얀 햅쌀로 송편을 빚고 나무주걱으로 오곡을 푸다 보니 그대 얼굴 꼭 닮은 저 달에서도 밥 냄새가 난다. 더운 김 한 광주리 머리에 이고 일어서니, 옥토끼가 살금살금 두레박을 내리고 살찐 달을 보듬어안은 밤하늘 행여 민망할까 봐 별들은 질끈 눈을 감는다 가진 것이 없어도 이리 풍성할 수 있다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9.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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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영화 [클래식] 때문이다. 이루지 못한 사랑이 결국 다음 세대를 통해서 결실 맺어지는 환상적인 영화 스토리에 밧딧불이의 향연은 그 배경으로 안성맞춤이었다. 금정구에서 [반딧불이 관찰 체험]행사를 준비했다기에 남산동에 위치한 외대운동장을 찾았다. 어림잡아 400여명은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정겹고 질서정연하게 행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9.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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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즉 볕이 따가운 데 저 산엔 알록달록 단풍이 들 것만 같습니다 첫 서리맞은 가지 끝에 눈물 맺히는 것쯤 무어 그리 대수이겠습니까만, 낙엽 지듯 추억마저 떨굴까 두렵습니다 속 시원히 대답할 수 없어 차라리 침묵하는 나목이여, 한 몸일 수 없다 해서 쉬이 놓을 사랑이 아니었습니다 한없이 낮추고 산산이 부서져 비로소 한 몸 되겠습니다 우리 뜨겁게 뒹굴던 자리에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9.12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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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거리 중에서 내게 추억이 가장 많은 음식은 단연 비빔밥이다. 명절 때마다 정성스럽게 준비했던 제사음식들을 하나도 버리지 않기 위해서 엄마는 각종 비빔밥을 만들어냈다. 여러 가지 나물이 주가 된 산채비빔밥부터 시작해서 소고기고명이 올려진 전주비빔밥, 청포묵을 채 썰어서 곁들인 궁중비빔밥까지 이 거부할 수 없는 명절시즌의 비빔밥 식단 덕분에 나는 편식 않는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9.0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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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바람이나 쐴 겸 부산진 시장을 찾았다. 쇼핑은 늘 가까운 대형 마트나 백화점을 이용해왔는데 재래시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삶의 생동감이 불현듯 그리웠던 건지도 모른다. 놀랍도록 많이 정갈해진 실내외를 구경 다니다가 나는 그만 가을색 짙은 커텐을 충동 주문하게 되었다. 성격이 급한 탓에 자주 말을 더듬는 젊은 아낙과 흥정했고 주문한 커텐은 신속하게 제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8.28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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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로 잠을 설치는 팔월의 무더위가 언제쯤 가실지 의문스럽기만 한 데, 가을이 시작되었단다. 달력을 확인하니 8일이 입추(立秋) 였다. 24절기에 관해 처음 학습했을 때, 나는 말복 앞에 성큼 입추가 끼여있음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다. 더구나 환경과 기후에 많은 변화가 온 탓에 옛날만큼 꼭 맍아 떨어지지 않는 듯 하다. 그러나 해의 움직임에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8.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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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산은 본디 보광산이었다. 조선의 건국을 기원하며 이성계가 머물면서 100일 기도를 올렸던 금산의 이씨기단은 전설을 갖고있었다. 대업을 이루게 될 경우 산 전체를 비단으로 덮어주겠다고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태조는 거대한 비단 대신 산 이름을…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8.02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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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엔 미운 일곱 살이었는 데, 요즘은 미운 세 살이라 한다. 근간에 내 딸아이 별과 같은 네 살배기 엄마들이 모여 앉으면 제 자식을 속된 말로 미친 네 살이라며 경악을 한다. 요즘 아이들의 지능지수와 감성지수가 얼마나 빠른 지, 엄마가 장단을 맞춰 주기 난감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내 딸아이 별은 또래들과 비교했을 때 어휘력이 풍부하고 발음이 정확한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7.18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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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 살 적에 좋아했던 건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수평선이었지, 바다가 아니었다 태종대 전망대에 올라 동그란 망원경을 들여다보면 아득히 펼쳐지는 것이 바다보다 꿈이었다 꿈이 더 넓어서 파랬다 첫사랑도 바다에서 만났다 *디제리두의 울음에 순식간 원시림이 자랐고 낯선 땅에 선 것만 같아, 그의 손을 잡고 백사장을 걸으면 꿈이 익는 해운대가 좋았다 아무데고 떠날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7.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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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 아래 서서 눈살을 찌푸린다 절반이나 걸어 왔는데 절반을 더 걸어야 하는 데 7월이라 목이 타는가 텃밭은 이랑마다 젖이 불어서 아낙이 더운 가슴을 열고 풋내 나는 속살의 유혹에 햇살이 또 사내처럼 달려든다 푸르다 못해 검게 타들어 가는 저, 녹음 끝에 스러지는 결실을 배우리라 청록의 카펫을 밟고 서서 발돋움질 해본다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7.03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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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쉬었다 가라 부추기네 이번 장을 넘기면 실마리를 잡게 될 지도 모르니 소설에 푸른 색 책갈피를 끼우듯 잠시 주저앉아 보라고 속살거리네 뙤약볕에 살이 타고 뼈가 녹아서 철모만 달랑 흔적으로 남았지만 녹슬기 전엔 철모도 푸르렀으니 싱싱한 유월의 저 하늘 아래 부끄러운 것 하나 없노라 하네 또 유월이 그냥 가는가 이별처럼 해후가 유월이라도 좋겠다고 푸른 기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6.2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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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칠순을 바라보는 모교의 대 선배님께서 출판기념회 초대장을 보내오셨다. 평생을 언론인으로 사신 탓에 격동의 세월 한 가운데에 늘 당신이 서 계셨다. 고집 있어 보이는 외모에 논리 정연한 달변이라 젊은 사람은 주눅이 들 법도 한데, 동문 후배들에겐 자상하게만 와 닿는다. 당신이 외우고있는 수천 수의 시 중 어느 것 하나를 굵은 음성으로 독백처럼 낭송하실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 보라
2007.06.13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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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아 새벽잠 설치도록 이른 눈떠서 사부작거리는 사람아 잠의 꼬리 잡고 햇살에 윙크를 하는 내게 너무 보고파서 일어나고야 말았다 하니 사랑하는 사람아, 별 수 없이 기지개를 켠다 떨어져 견디는 시간이야 목 타는 꽃잎에 이슬 떨구기까지의 간절함이야 지저귀는 새에게로 한 눈을 팔까, 간지러운 바람결에 너를 잊을까 밥 익는 냄새처럼 익숙해서 더욱 좋은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 보라
2007.06.07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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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의 색이 날마다 짙어지면서 가정의 달 오월이 간다. 오월은 가도 가족에 대한 사랑이야 365일 이어져야하는 것. 유월을 맞으면서 울산 대공원내 남문 장미계곡에서는 축제가 열린단다. 세계 각 국의 다양한 장미정원이 꾸며지고, 형형색색의 장미 일백 십만 송이가 아름다운 자태를 뽐낼 꺼란다. 일백 십만 울산시민 모두에게 행복의 장미 한 송이씩을 나눠주겠다는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5.30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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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51년 부처님 오신 날을 앞두고 사찰마다 연등 행렬이 장관이다. 절 마당에 들어서면 쏟아지는 오월의 햇살 아래 동그랗게 드러나는 연등 그림자 행렬이 이른 더위를 가시게 하니, 그야말로 "자비의 그늘"인 셈이다. 발끝으로 톡톡 마당의 흙을 차며 연등의 의미를 짚어본다. 연꽃은 진흙 못에서 자라면서도 청결한 아름다움을 잃는 법이 없으니 모름지기 보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 보라
2007.05.24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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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사람에게 꽃을 즐겨 선물한다. 꽃이 사람의 마음을 얼마나 환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지 실감했던 오래 전 기억 때문일까... 친척의 가게 일을 돕기 위해 날마다 꽃에 둘러싸여 지낼 때가 있었다. 지금처럼 장미가 흐드러지게 피던 5월이었다. 자주 들러서 아내 선물, 딸자식 선물이라면서 꽃을 사는 멋쟁이 남자 손님이 그 날도 가게에 들렀다. 그리고 새빨간 장
무지개를 완성하는 보라
이보라
2007.05.16 07: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