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불탄다. 한 덩이 붉은 해 서산 자락 불 지피면, 꼬리 물고 피어오르는 연등, 동으로, 동으로 번지는 불심, 미망 사르고, 소망의 등 밝혀 시방세계 비춘다. 활짝 열린 산문(山門), 계곡 따라 흐르는 목탁소리, 때묻은 마음 닦고, 어느덧 한줌 재로 사윈 어둠, 풍경소리에 몸을 씻은 산이 다시 산 속에 든다.
회전목마 타고 떠나볼까. 햇살보다 맑은 나라로, 청룡열차에 꿈을 싣고, 바이킹에 모험 싣고, 솜사탕처럼 가벼운 아이들 웃음, 핥으면 시름이 녹겠지, 온몸 가벼워져 하늘로 날겠지, 드높은 함성, 풍선에 달아 날려볼까. 바람이 싣고 가면별이 되겠지. 유년의 뜨락으로 내려가 아이 무동 태워 푸른 추억 만드는 날.
/이 길에 옛 일들 서려 있는 것을 보고/ 이 길에 옛 사람들 발자국 남아 있는 것을 본다/ 내가 가는 이 발자국도 그 위에 포개지는 것을 본다./- 노 트- "사진을 만드는 일은 어렵지 않다......하지만 어떤 일은 어렵다. 어려운 것은 사진과 사진사이에 있는 것이며, 또 하나의 이미지가 언제 어떤 모습을 드러내게 될지 아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 회동천. 나 눈먼 봉사였다. 가까운 곳 뒤로 접어두고 멀리만 돌았네. 새벽 회동천 왜 이리 좋은가 가슴이 확 트인다. 사시골 아침은 찬란하게 빛나고, 회동천은 말없이 그림자를 드리운다. 때묻은 입으론 회동천을 말하지 마라. 모욕이다. 그 아름다운 선동마을, 누가 손을 댓는가, 이곳 저곳 아픔을 말한다. 둘레길 만들어, 사람들은 건강을 말한다. 선동
꽃보다 진한 열병이었지, 너의 미소에 세상은 마냥 설레었지. 마술에 걸린 듯, 너에게 한없이 다가가고 싶었지. 하지만 그림자처럼 가까이 있어도 잡을 순 없었던 안타까움. 시간의 강물에 흘려보낸 미처 못다 한 말들, 황홀히 피었다 홀연히 지는 봄꽃들, 꽃잎 진자리, 파릇한 그리움이 돋는군, 무심히도.
봄이 화사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파란 하늘에 아직은 힘이 없는 듯 비틀비틀 걸으며 내려오는 어린 봄 햇빛을 바라보면 눈물이 납니다. 저것이 바로 희망이고 기적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그 빛줄기가 죽은 것만 같았던 나무껍질에 초록 핏줄기를 흐르게 하고, 딱딱하게 굳었던 땅을 뚫고 어린싹을 돋게 합니다.
혼자 사는 길은 고독하다고 합니다. 동반자와 함께 있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과 의지보다는 인생을 같이하는 배려 속 동반이겠지요. (2011.2월 먼저 떠난 친구 자녀 결혼식에서 )
구름 위에서 구름을 보았습니다. 구름 아래서 구름을 보았을 때 구름은 천둥을 머금은 먹구름이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를 타고 구름 위에서 보는 구름은 구름 아래서의 구름과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마치 눈 동산 같았고, 아이스크림들이 곱게 모여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똑 같은 구름인데도 구름 위와 구름 아래의 구름이 이렇게 다르기만 합니다. 구름 위에서 구름을
흙 부스러기 툴툴 떨어지는 시골 담벼락을 들여다보면 그 곳엔 내 곰삭은 이야기 같은 꽃 하나 자리고 있습니다. 아직 익숙하지 못한 햇살이 눈부셔 고개 숙인 꽃, 가슴에서 차오르는 사랑 이야기 알알이 까만 꽃씨로 피워 냅니다. 내가 당신에게 드릴 것이 무언가요. 어둠 속에서 숨지 않고 드러내 보이는 노란 잇몸같은 사랑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겨울옷을 벗고 봄옷을 입습니다. 몸이 문득 가벼워집니다. 무겁다는 것은 자유로운 존재의 본성을 배반하는 일입니다. 너무 주변을 자주 둘러보는 것도 우리의 자유를 억압합니다. 그냥 내 인생의 목적을 잃지 않고 한길을 걷는 겁니다. 누가 뭐라든지 자신의 가치관이 옳다면 그 길을 걷는 것이 맞는 일입니다. 우리는 가끔 살다보면 주된 것을 잃고 부
이 눈꽃, 바람속을 뚫고 흩날리는 눈발이 볼에 닿으면 그 고통은 비수로 긋는 듯 했다. 회오리 치는 바람에 시야까지 흐릿하고 어깨와 허리를 곧추 세우고 당당하게 걷기는 더욱 어려웠다. 갈증도 심해 눈을 먹을 수 없고, 가슴은 막히고 발걸음은 지쳐 곧장 쓰러질 것 만 같았다. 지난 1월12일 한라산 윗세오름 대피소에서 문에 피어난 눈꽃을 찍은 것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시간들을 만납니다. 다 인연입니다. 인연이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겁니다. 인연이 있어 만나는 사람들, 그래서 만남이 소중하고 내 앞의 당신 역시 소중합니다. 그대와 내가 만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의 흐름과 또 알 수 없는 스침이 있었겠습니까. 곁을 지나쳐도 몰랐던 그때는 우린 인연이 아니었고, 이렇게 스치다 머물러 서로 마주하는 지금은
다대포 모래밭에서 무언가 생각한다. 그 빠른 세월을 건너 오는동안 나는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았다는 생각이 든다. 인공분수대, 또 해변공원을 조성하며 모래톱이 없어져 가고, 또 갈대가 고갈돼 가고 있다. 모래톱을 작업하면서 자연훼손이 아픔을 내게 다가오는 것 같다. 내 본래의 모습, 진정 내가 꿈꾸던 것들이 무엇이었는지를... 기억의 저편에서
한라산 등산길이 입을 벌리고 기다린다. 사제비 동산이 나에게 묻는다. 체력이요? 아직까지는 괜찮아요. 왜 한계를 안 느끼겠어요. 그래도 한 5년은 더 나닐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추운 겨울, 한라산에 오나요. "그냥 하염없이 걸으려고요. 아무 생각없이 걷는 길 위에서 새로운 세계의 열림을 보는 거지요. 그 세계는 정신의 지극한 높이에 닿아 있는
이별은 떨어져 있는 것만이 아닙니다. 떨어져 있는 만큼의 거리를 그리움이 메우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움으로 이별의 아픔이 있고 만남의 기쁨이 있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그리워하고 그 그리움으로 다시 사랑을 알게 하는 이별은 어쩌면 아름다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내게도 긴 이별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눈이 내리던 새벽의 이별, 눈송이처럼 남겨져 손 흔들던 할머님의
구랍 25일 새벽 5시 진하 명선도를 달려 갔습니다. 강추위라 이렇게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을 줄은 몰랐습니다. 역시 우리에겐 희망이 있습니다. 모두 열심이니까요... 가끔 새벽 바다를 거닐었어도 "바다의 소리"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오늘이야 "바다의 소리"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둥글어라, 둥글어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가을은 여름이 타다 남은 것, 한 여름 태양으로부터 에너지를 힘껏 빨아들이고 대기에 산소를 내뱉는 수고를 거듭하다가 하나의 사체가 돼 대지 위에 떨어지는 낙엽, 추은 겨울을 이겨내라며 나무 밑에 떨어져 썩어가는 희생의 극치, 종말을 행해 아름다움을 한껏 발산하고 의연하게 사라지는 희생, 단풍이 정말 아름다운 ‘자기포기’가 있기 때문이다
-금정산 가는길, 옛 천주교 목장. 그래도 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눈과 마음을 씻어 주는 역할(?)을 하는 명소라할까...낡은 건물이라 흠이다. 격랑의 바다를 건너 몸을 떠는 6월. 함께 섞이지도 못하고 홀로 익지도 못하는 사람.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같이 있어도 눈길 피하고 손을 잡아도 믿지 못하는 낡은 반복. 이쯤에서 잠시 쉬어 가자. 소나무 그늘아
산이 마음을 닦는다. 초파일 지난날 빗속에 꼬리 물고 피어오르는 연등. 동으로, 동으로 번지는 불심. 미망 사르고, 소망의 등 밝혀 시방세계 비춘다. 활짝 열린 산문, 계곡 따라 흐르는 목탁 소리, 때 묻은 마음 닦고, 어느덧 한줌 재로 사원 어둠. 풍경소리에 몸 씻은 산이 다시 산 속에 든다. (사진은 범어사를 찾은 어느 젊은 부부, 남정내가 아해를 애기
따가운 햇살이 거리를 핥는다. 이어서 들리는 구호들, 정치도 거리로 나섰다. 돌아서면 아무것도 남지 않은 울림 없는 외침들. 오월의 푸른 하늘을 보면 괜히 눈물난다. 모든 것 벗어 던지고 고향 흙길을 밟았으면, 고향은 지금 여름 어디에 걸려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