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빈 백사장에 부처님을 기리는 연등이 달려 눈길을 끌고 있다. 8일 조선비치호텔에서 달맞이 동산이 보이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달려 있는 연등을 보며, " 이젠 바닷가에도 부처님이 오는 구나"는 것을 느끼며 묵상의 순간을 갖게 했다.
4월의 바람. 새벽안개 빗질하며, 새 옷 입은 풀잎들 몸 비벼 부르는 강변의 노래. 쏟아지는 햇살 성가셔. 미루나무 어린 잎새에 일렁이는 소리 없는 아우성. 꽃 잎 흩뿌려 마른 땅에 꽃방석 놓고. 꽃여울 흘리는 그대- 4월의 바람. 계절을 채색하는 저 투명한 수채화.
27일 하동 매화마을 전경입니다. 갈수록 전(錢) 냄새가 납니다. 파고, 들추고 하면서 산을 뭉게니, 어찌 자연 말고 사람도 온전하겠습니까. 그들은 돈을 모을지 모르지만, 그 업은 우리에게 오는 지혜를 멍청하게 모르는 것 같습니다.
바람결이 곱다. 누가 빗질해 보내는지. 겨우내 걸러낸 나무의 꿈. 나이테를 돌아 나와 가지끝에 숨죽이고 있다. 새날을 기다리는 것들, 그 속에 당신도 섞여 있는가. 가슴앓이는 아지랑이에 풀어버리고, 바람을 부르자. 저 밤비 따라 누군가의 창을 두드리고 싶다. 탄생의 아픈 봄밤.(사진: 범어사에서.)
라이카 X1으로 찍은 것입니다.
겨울 소나무는 그 푸름으로 자신을 말합니다. 온산에 하얗게 눈이 내려도 소나무는 그 푸름으로 나 여기 있다고 소리칩니다. 그 음성과 모습이 반가운 것은 언제나 한결같은 모습을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결같다는 것 그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나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고 어떤 바람에도 흔들지 않다는 것이고 믿음을 끝내 지키겠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
‘사랑은 그 안에 고귀함을 지니고 있다. 곧 남의 좋은 점을 인정하고 그를 소중히 여기고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에게 느끼게 합니다.‘ 오늘 아침, 부산 송정에 해돋이를 보러온 사람보다 카메라를 들고 온 사람이 많았습니다. 유독 눈길을 끄는 사람들은 연인들 모습이었습니다. 둘이서 카메라를 삼각대에 설치하고, 남친은 핀을 마추고 구
어둠 내리면 비 그치고, 눅눅한 하루치의 삶을 챙겨 귀가를 서두르는 사람들, 어둠을 비추기엔 너무 힘겨운 별빛. 꿈을 풀었다 감고, 다시 보듬으며 뒤척이는 밤, 밤이 가면 새벽이 오지만 언제쯤 이 겨울은 추억이 될까.
오래된 친구는 언제 만나도 반갑습니다. 세월의 흔적을 잊게 하기 때문입니다. 이십여 년 전 만났던 친구를 절간에서 우연히 그때의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칠십이 다되어 가도 젊은 그때의 모습으로 만났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있고, 그래서 몰랐는가? 아는 기색이 없었습니다. 포행을 하고 있어 같이 간 분도 있고 눈을 돌렸습니다. 이야기하면 깁니다. 얼핏 생각이 떠
소한 추위에 갇힌 세상, 빙점에 갇힌 세상, 지금도 어디에선 화롯불에 얘기를 구워 먹는 집이 있을까. 시린 귀가길, 아침에 본 가족이 그립다. 군 고구마 한 봉지 사들고 찾아가는 집, 매운바람이 따라오며 지금 몇 시냐고 묻는다.
벌써 12월입니다. 한 뼘 한 뼘 햇살을 지우고. 아무것도 알지 못한 채 고개를 끄덕인 슬픈 하루를 지우는 땅거미, 시간에 업혀 온 대책없이 업혀 온 날들이 갑니다. 춥습니다. 비늘처럼 번득이는 욕망앞에 속절없이 베이는 가슴 ,거짓없는, 얼음같이 맑은 얼굴 한번 보고 싶습니다.
타버린 숲, 검게 그을린 가자. 가을산은 어느덧 폐가처럼 황량합니다. 한시절의 격정 불사른 나무들, 맨몸 허전해 그림자 키웁니다. 깨진 낙엽조각 밟으며 단풍을 추억해 봅니다. 떠난 것들의 빈자리가 눈에 밟히는 계절, 상처 지우면 새살 돋을까요.
나뭇잎이 하나 둘 힘없이 떨어지는 날…,쓸쓸한 하늘 밑에서 고독(孤獨)과 비애(悲哀)만이 몸에 젖어드는 서글픈 계절, 가을
가을이 깊어 갑니다. 불국사엔 가을이 한창입니다. 아름다움과 꿈을 주고 떠날려고 잎사귀들은 서로 맵시를 뽑낼려고 채색하기에 바쁘게 보입니다. (7일 불국사에서 촬영했습니다. )
와서는, 울음빛 쏟아놓는, 환장하겠는, 이 눈물겨운 가을 빛, 빠알갛게 노오랗게, 문지르면 금세 더워오는 빈 가슴, 당신의 두 볼에도 한점 붉은 빛 도는가. 찬서리 내리듯 소리없이 닳아버린 중년. 우리 앞에 몇번이나 남았는가, 울긋불긋한 세상. 깊어가는 가슴앓이, 후드득, 가을을 건너는 빗소리만 섧고.
밤새 거미줄엔 아무것도 걸려들지 않았습니다. 거미는 결국 제 꿈을 먹습니다. 꿈 하나를 해치우는 것이죠. 그래요, 조금씩 비워가는 것이 가을이지요. 자꾸 세상을 지우는 바람의 집은 어딜일까요. 아슬아슬하게 추억 한끝에 걸려 있는 당신. 그대를 지우려 비구름이 내려옵니다.
글쎄요. 왜 그럴까요? 의문입니다. 피곤하데요. 그럴만도 하네요. 풀섶처럼 싱그러운 분, 담담한 빛깔, 또 하나의 동경, 꽃무늬가 줄줄이 흐른다.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그동안 이 코너를 담당해오신 오정복 여류사진가가 개인사정으로 인해 쉽니다. 양해 있기를 바랍니다. 당분간 편집라인에서 이 난을 구성하겠습니다.
떠나기 전에 온 몸의 빛을 토해내듯 가을의 색깔은 너무 아름다워 처연해 보인다. 우리의 끝나가는 이야기도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다면 보내버린 시간들이 허망치만은 않을텐데…
몸 담은 곳을 떠나고 싶어 시골 가는 버스를 탔다 좁은 길을 털털거리며 달리는 차창 밖에는 담장 밑에 곱게 핀 꽃 들이 햇살에 방실거리고 마당 한켠에 널려있는 붉은 고추가 보석처럼 반짝인다. 파란 하늘에 그림처럼 박혀있는 초승달이 내가 탄 버스 따라 한참을 쫓아온다. 모퉁이 돌아 안동네 한바퀴 다녀 올때까지 그 자리에 그렇게 기다리다 또 같이 간다.
새벽녘 열어놓은 창문으로 찬 기운이 들어와밀쳐두었던 이불을 슬며시 끌어당긴다. 포근하게 감싸는 이불의 촉감에 소박한 행복이 마음을 채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