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날의 별미가 되어버린 김치전을 굽다가
엄마의 물 건너온 가방까지 차압딱지가 붙었던
그때 그 시절을 회상한다 맵고 짜기만 했지
고소함도 바삭함도 혀는 짚어내지 못했다.

여즉 철없는 남동생은 쌀통 앞에 쪼그리고 앉아 고추를 만졌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새파란 파를 부지런히 골라냈다
엄마의 김치전은 뒤집으면 부서졌다 부서진 사랑 한 점
놓칠 새라 꼭꼭 주워먹었다 반죽에 밀가루보다
계란이랑 두부가 많으면 그렇다는 걸
김치전을 직접 굽기 시작하면서 비로소 알았다.

오늘 남동생을 불러다가 김치전을 구워낸다
가을이면 새신랑 될 녀석이 냄새만 맡고도 헛구역질을 하는데
두 돌 지난 딸아이가 김치전을 집어먹는다
통통한 손가락 사이로 기름지게 부서진다
대물림되는 영양가 있는 사랑에
나는 그만 배가 부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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