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생일날 아침 국을 끓이다가
잘 불어 색이 짙어지는 미역을 들여다보며
오월이 그냥 갔구나 했네

찬 물에 연록빛 머리칼을 담그면
달콤한 아카시아 향 끝없이 번져
창이 열리고 성큼 문턱을 넘었다네

담장 따라 넝쿨 장미로 피어나면
계절을 휘감고 입 속에서 맴도는 말
그대 길목에 뜨거운 피로 쏟았다네

민들례 홀씨 가서 머무는 자리라면
여기도 오월, 저기도 오월일 줄 알았는데
살랑 바람을 원망하고

서른 번째 생일날 아침부턴
해마다 오월이면, 오월을 그냥 보내랴
날마다 동동 발을 구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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