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탄산말 이란 살아있는 말이라는 뜻으로 상황이나 정황에 딱 들어 맞아 실감 나도록 꼭 알맞은 말을 일컫습니다. 앞으로 도서출판 꿈나음 편집장이자 시인인 몽탄 이덕진님께서 맛깔나는 생활속의 이야기를 들려줄것입니다.  금정신문 독자 여러분의 많은 성원 부탁드립니다.

명품이야기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 선로 밖으로 한 걸음 물러나 주시기 바랍니다."
지하철이 들어오는 소리에 한발 뒤로 물러나면서 플랫폼으로 들어오는 지하철을 보며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기다리던 곳에 지하철이 멈추고 이내 문이 열렸다. 아무생각 없이 지하철 안으로 들어서다 30대 초반의 세련된 여성과 입구에서 부딪쳤다. 낡은 구제 청바지와 허름한 점퍼를 입고 있는 필자와 달리 고급스런 옷에 세련된 화장을 한 여성이었다.

부딪치면서 필자의 점퍼와 그녀의 핸드백 어깨끈(shoulder)이 엇갈리며 필자의 점퍼 지퍼가 그녀의 핸드백을 긁고 말았다.
"어머 어떻게 어쩜 좋아! 아저씨 이거 얼마짜리 핸드백인데 내가 미쳐~~" 째지는 소리로 방방 뛰며 눈을 흘기며 말했다. 영문도 모른 채 서있는 필자 앞으로 지하철은 문을 닫으며 출발 하고 그녀의 소리로 인해 사람들의 시선이 몰렸다.

아마 남루(襤褸)한 모습에 필자가 세련된 아가씨를 성추행을 한 것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머쓱한 태도로 서서 그녀를 보았다. 미장원에서 까맣게 매니큐어를 했는지 윤기가 흐르고 버스 손잡이 같은 링 귀걸이와 머리위에 걸친 선글라스가 꽤 고급스러워보였다.

국화꽃인지 무슨 꽃인지 모를 그림이 크게 있는 메르데스인가 뭔가 하는 꽤 유명한 메이커의 T-셔츠와 영국 왕실에서만 입었다는 버버X라고 하는 트렌치코트(trench cote), 그리고 구두와 액세서리들, 그녀가 몸에 걸친 것만 해도 그랜져 한 대 값은 족히 돼보였다.

한마디로 명품으로 몸을 도배한 사람이었다. 얼굴도 어딘가 모르게 자연스러움이 없고 조각상 같이 다듬어진 모습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이라는 걸 금방 알 것 같았다. 실컷 떠들던 그녀가 아무런 대답이 없는 필자를 위 아래로 흩어 보더니 고개를 돌리며 같잖은 표정을 지었다.

어중간 하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사과를 했다. 그런데 내가 왜 사과를 해야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을 상하게 한 것도 아니고 서로 잘못해서 부딪힌 것을 비싼 핸드백을 들었다는 이유로 없는 사람이 고개를 숙이는 게 못 마땅했다.

"아가씨 내가 딴 생각을 하다 부딪힌 건 미안한데 아가씨도 사과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라고 말했다.
"뭐라구요?"
심술궂은 표정으로 사납게 째려보며 말했다.

"아니 내가 아가씨가 들고 다니는 백이 좋은 건지 안 좋은 건지 어떻게 압니까?"
"네? 뭐 이런 아저씨가 다 있어 척 보면 몰라요 이게 00꺼라구요 이태리에서 물 건너온.."
무식 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들고 있던 핸드백을 들어 올리며 상표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렇게 비싼 거면 은행이나 금고에 보관 해야지 왜 들고 다닙니까?"
"뭐라구요 나 참 재수 없을려니까 ... 별 꼴이야 정말 아이 재수없어"
라고 말하고는 휭 하고 돌아서서 가 버렸다.

돌아서서 가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면서 비싼 핸드백과 명품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 곁에 될 수 있으면 가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을 했다. 인간의 편리성 때문에 만들어진 물건들로 인해 재수가 있고 없는 현실이 못내 씁쓸해졌다.

서울의 부촌(富村) 강남이여서일까? 돌아다니는 사람들 모두 명품하나씩 다 가지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 옆에 가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을 하니까 내가 설 곳이 없어졌다. 공유하는 공간에서 내가 있을 곳이 없다는 것, 암울한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갖고 목적지에 닿아 터벅 터벅 걷다가 도로에 다니는 차를 보았다.
꽉 막힌 도로에 외제차가 횡단보도 앞에 정차된 것을 보았고 그 뒤에 1톤 트럭이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걸 보면서 저 사람도 나 같은 생각으로 명품 곁에 가지 않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했다. 그도 그럴 터 살짝 긁히기만 해도 낡은 1톤 트럭을 팔아도 변상을 다 할 수가 없을 테니 말이다.

며칠 후 문득 명품을 사 입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서 있을 곳을 찾아야 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명품매장이 많은 강남을 다시 찾았다. ……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  필자 소개  ===

아호 : 꿈 夢,낳을 誕 = 꿈을 낳는다 (Produce for dream)

본명 : 이덕진
신비의 섬 濟州 出生, 중학교 卒業 後 서울로 上京
서울高 와 안암골(高麗大)에서 國文學을 전공하고
2년간 敎鞭生活을 하다 靑雲의 꿈을 갖고 法學을 공부
했지만 司法考試에 落榜하여 山川을 떠돌며 글을 쓴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를 풍류 읇던 솜씨로 풀어내며
先人의 말에 나이 40 이 되지 않고 "詩"를 쓰지 말아라
는 말씀에 不惑이 되면서 부터 시를 쓰기 시작했다.

저서로는 "몽탄 수필집" 과 "삶의 징검다리"
그리고 작업실에서 "시"와 "장편소설" 1.2.3.권을 집필 중이다. 

- (사)창작문학예술인협회 정회원
- 대한 문인협회 정회원
- 열린 바다 좋은 생각 회원
- 도서 출한 꿈나음 편집장
- 1996년 경인매일 신춘문예 "수필" 당선
- 1998년 현대매일 신문 "단편소설" 당선
-2002년 좋은 생각 "수기부문" 장려상
-2006년 월간고신 제9회 "수기" 부문 은상
-2007년 대한 문학세계 "시" 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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