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곤 전 금정구청장

한 동안 TV 프로그램중 ‘동물의 왕국’을 재미있게 본적이 있다. 그러나 맹수들이 집단으로 이동하는 동물들의 무리에서 조금만 낙오된 놈을 발견하면 사정없이 낚아채어 뜯어먹는 장면을 볼 때 마다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만다.

언젠가 외국여행길에 동물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마침 동물들의 식사시간이라면서 관람객들을 전망대에 불러 놓고 사자 우리 속으로 소 한 마리를 몰아넣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었다.

먹이감을 본 사자 무리들이 달려들어 사정없이 물어뜯는 장면에 수많은 관광객들이 손뼉을 쳤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이것이 바로 자연의 섭리고 이 세상 모든 생명이 이렇게 먹고 먹히며 살아가는게 당연한 현실이건만 나는 이 사실을 받아드리는 게 왜 그리 힘들었는지 모르겠다. 엄격히 따지면 그것은 사육사로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 것이지 결코 범죄행위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생각을 하는 내가 이상한 사람인지 모른다.


이 세상엔 ‘미필적 고의’라는 말이 있다.

법률적 해석은 모르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자신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행동이 죄가 된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결과에 대하여 자신과는 상관없다고 판단하고 일부러 그 행위를 하는 심리상태를 말한다고 적혀있다.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상대에게 피해를 준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죄의식 없이 얼마나 많은 말과 행동을 일삼고 살아가고 있는가.

때로는 아무런 의미 없이 던진 내 말 한마디가 상대의 가슴에 비수가 되어 평생을 상처로 남아 살아가는 이웃이 없는지 곰곰히 살펴보자.

우리 부부는 선거라는 과정을 치루면서 누구보다도 많은 마타도어에 상처를 입었고 그 상처는 아직도 가시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당사자인 나보다 아내가 입은 상처는 더 깊어 언젠가 이들에게 앙갚음하리라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살아온 세월도 있었다.

그러나 앙갚음 한다고 우리에게 돌아오는 게 과연 무엇일까? 원래 선거란 이기면 그만이라는 이 세상 가장 추잡한 싸움이기에 그들이 한 행위가 의도적이든 아니든 이제는 다 지난 이야기다.

그들은 자신이 한 행동과 말을 이미 잊고 있는데 세삼 내가 들추어내어 얻을 수 있는 게 무엇인가. 얻어지는 게 없다면 과연 어떻게 살아가는 게 현명한지 생각하다 어느 순간 그들을 용서하고자 노력하며 살아가자고 마음먹었다.

얻을게 없다면 차라리 보복보다는 은혜로 갚자. 그러면 오히려 우리의 마음이 편안해 지리라. 그들이 진정 사람이라면 스스로 잘못을 깨닫게 되리니 보복보다 은혜로 다가가면 그 보다 더 나은 앙갚음이 어디 있겠는가.

그를 위해 마음을 비우고 내가 가진 것 내 능력껏 모든 걸 베풀고 떠나자. 나 자신도 이 날까지 살아오면서 나도 모르게 이웃들에게 얼마나 많은 신세와 죄를 저지르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피해를 이웃들에게 안겨 주었는지도 모른다.

그들에게 용서를 빌고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웃에 베풀며 내가 주어진 것 다 털고 갈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원망을 은혜로 베풀 때 느끼는 행복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값지고 자신을 풍요롭게 하는지 모른다. 이렇게 내 마음속에 있는 남을 향한 모든 원망을 털고 갈수 있기를 소망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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