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곤 전 금정구청장
  인도차이나반도에 자리한 우리에게 비교적 생소한 나라 라오스,

 평균수명이 53세로 短命하고 문자 해독 율이 57% 정도인 동남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중의 하나이며 주변국으로부터 수십 차례에 걸친 침입을 받아 한때는 주권을 완전히 상실하기도 하였고 ,월남전쟁 중에는 미군이 투하한 폭탄 량이 200만 톤으로 인구 1인당, 2톤의 폭탄을 받아 지형이 달 표면과 같이 되었다는 라오스.

 화려한 불교사원과 볼거리가 많은 태국, 월남전쟁으로 우리의 젊은이들이 목숨을 바쳤던 뼈아픈 역사가 있는 베트남, 아웅산 폭탄테러로 우리나라 수 많은 지도자들이 희생된 미얀마, 앙코르왓트라는 세계적 문화유산을 지닌 캄보디아, 여기에 비하면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별 볼일 없는 나라다.

 우리 부부는 시간의 여유가 생기고부터 해외로 나가는 기회가 많아 여행사의 상품에 한구성원으로 부지런히 따라 다녔지만 나이가 들고 부턴 일행들의 눈치를 살펴야하고 힘에 부쳐 부부 둘이서 떠나는 여행을 선호하게 되었다.

 외국어에 능통 하다면 배낭여행처럼 마음 놓고 아무 곳이나 떠날 수 있지만 외국어에는 까막눈이라 남의 도움을 받아야 했기에 자연 현지여행사를 찾게 되었다. 라오스에는 한 번도 가 본적이 없어 흥미를 느끼게 되었지만, 인터넷에서 본 라오스는 관광지로서 아무런 매력이 없는 나라였다.

바로 볼거리가 없다는 점이 더 관심을 갖게 했지만, 아직 직항로가 없어 라오스로 가는 길이 그리 만만치 않았다.

 다행히 인터넷을 통해 현지여행사를 알게 되어 2010년 3월 처음으로 찾아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얻어진 각종 정보를 토대로 그곳 초등학교 학생들을 위하여 몇가지 선물을 준비했으니 학교에 종이 없어 자동차 타이어 휠을 매달아 놓고 사용한다기에,

우선 3개 학교에 나누어 줄 종과 축구공 배구공 그리고 볼펜과 볼펜심을 준비하고, 마침 아동복 매장을 경영하는 아들 친구로부터 아동복 수십 벌을 기증받아 하노이 공항을 거쳐 라오스의 수도 비엔티안에 도착했다.

 비엔티안의 관광지(사원과 독립기념문)를 둘러보고 소계림이라는 방비엥으로 이동하여, 흙먼지가 이는 비포장도로를 달려 오지의 학교 세 곳을 방문해 갖고 간 선물을 전달하니 학생들이 반가워하며 교장선생님이 방명록에 서명을 해 달라고 했지만 우리는 끝내 사양하고 단지 한국에서 온 사람이라는 것 만 기억해 달라는 말을 남기고 그곳을 떠나왔다.

 라오스의 옛 수도며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의 도시 루앙프리방의 묘미는 무엇보다 '탁밧'으로 아내가 탁밧의식에 꼭 참여하겠다고 해 새벽 동트기 전 일어나 여러 곳 중 가장 많은 스님들이 지나는 곳에 자리 잡고 준비해간 각종 과자 외에 현지인들이 팔고 있는 밥과 과일을 구입해 의식에 참여했다.

부디 가난한 이들이 이 음식으로 굶주린 배를 조금이라고 채울 수 있기를 바라는 염원을 담아 정성드레 의식에 참여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빡우동굴에서 돌아오는 길에 현지 아이들이 새장에 든 새를 팔고 있자 아내가 사서 새장에 갇힌 새를 날려보내 주었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일종의 방생(放生)인 셈이지만 어느새 근처에 있던 애들이 아내의 주위에 몰려들기에 내가 그들을 내쫓았더니 아내는 못내 아쉬워했었다.

 다음으로 코끼리 트레킹 장으로 가게 되었지만 코끼리 타기를 거절하자 아내가 코끼리들에게 그들 양식인 바나나를 몇 개주고 싶다 하니 코끼리 트레킹에 참여하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라기에 돈을 주고 바나나를 샀다.

아내가 바나나를 들고 코끼리 곁으로 다가가니 귀를 펄럭이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마치 어린아이들처럼 기뻐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곳에 있는 바나나 모두를 사서 나누어주니 얼마나 맛있게 먹는지 코끼리보다 아내가 더 기뻐하며 코끼리 얼굴을 쓰다듬으며, 마치 사람에게 하듯 다음 생애에는 좋은 인연 만나 좋은 세상에 태어나라며 다독여 주자 거짓말같이 눈물을 한없이 흘리는 모습에 아내는 마음을 다스리느라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돌아서면서 마치 친구와 헤어지듯 못내 아쉬움 속에 손을 흔들어주던 아내의 모습에 나마저 가슴 밑바닥에서 울어나는 애잔함에 잠시나마 숙연해졌었다.

 아무것도 내세울것 없는 나라. 라오스!! 그렇게 보잘 것 없는(?) 나라에 이 바보가 아내와 단 둘이서 세 번째 다녀왔다. 약속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만나야 할 사람이 있어서도 아니었다. 꼭 보아야할 것이 있어서도 아니었지만 단지 무언지 모를 약속이 있는 것처럼 우리는 또 그곳을 찾았다.

 다녀오니 마음이 편하다. 큰 짐을 내려놓은 듯 마음이 상쾌하다. 세계 곳곳 나름대로 많은 곳을 다녀온 우리 부부가 그 어느 나라보다 풍요한 마음의 양식을 가득 담아왔다.

화려한 볼거리도 역사가 있는 유물도 웅장한 건물도 그저 보고나면 그만인데 라오스만은 돌아와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이 풍요롭다.

 나는 많은 사람에게 이곳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우리부부가 이용한 여행사를 택하라고 권하고싶다. 물론 조금 비싸다는 느낌도 있지만 거짓이 없고 순수하다.

동남아 어느 곳에 가나 만나는 상황버섯이나 참깨 실크 라택스 가게로 끌고 가 쇼핑을 강요하는 게 싫다면 이 여행사를 택하라. 그래도 꼭 사고 싶은 게 있으면 해가 지면 야시장으로 가라.

이 나라 몽족들이 손으로 만든 온갖 상품들이 10달러 내외로 마음껏 고를 수 있는 매력을 맛볼 수 있고 그래도 부족하다면 현지인들이 가는 재래시장으로 안내할 것이니 그곳에서 마음껏 흥정하고 자유롭게 쇼핑하라고 권하고 싶다.

 이렇게 아무것도 볼 것이 없는(?)곳에 우리 부부가 또 갔다. 2011년 9월에 이어 2012년 5월에 세번째 갔지만 새롭게 본 것이 아무것도 없다.

3박 4일간 루앙푸라방 한곳에 머물면서 관광지라고는 아예 가지 않고 새벽 일찍 일어나 탁밧의식에 3일을 연달아 참석했지만 그것이 수많은 관광지를 다녀오는 것보다 더 보람이 있었다.

그러나 이 행사에 참여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탁밧의식을 단순히 구경거리로 여겨 수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들어 사진을 찍고 떠들거나

심지어 의식을 행하는 자리에까지 올라와 카메라를 갖다 대는 몰상식한 몇몇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심지어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이나 나이 많은 할머니들이 그곳에서 스님들이 탁발한 음식을 받아가는 것을 손가락질하며,

저것이 바로 앵벌이다라고 스스럼없이 내뱉는 우리나라 관광객을 대하는 순간 실망을 넘어 분노를 자아내게 했다.

 물론 이 모든 게 탁밧이라는 성스러운 의식에 대하여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은 가이드에게 모든 책임이 있겠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종교도 자신의 종교처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느낀다.

제발 이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한다. 한낮이면 40℃를 오르내리는 뙤약볕에 밖으로 나갈 엄두를 내기도 힘들었지만 세 번이나 찾아간 곳이라 가고 싶은 곳이 없었지만 아내는 빡우동굴의 새와 코끼리는 반드시 만나보아야 한다기에 다시 그곳을 찾았다.

가게에서 바나나를 승용차 뒤 트렁크에 가득 싣고 그 코끼리를 찾아가니 아내를 보자 마치 오랫동안 기다렸던 친구를 만난 듯 고개를 끄덕이며 귀를 펄럭이고 네 다리를 차례대로 올렸다 내렸다하는 게 누가 보아도 반가워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내는 이 모습을 보며 자기를 알아보는 것 같다며 기뻐하였고 옆의 코끼리 까지 골고루 먹이며 쓰다듬고 다독여주며 오랜만의 해후상봉을 즐기는 모습이 너무도 아름다워 보였고 헤어지면서 손을 흔들어 주자 코끼리도 답례를 하는 듯 계속 고개를 꺼덕이는 모습이 이별을 아쉬워하는 듯 했다.

빡우동굴의 새를 파는 아이들은 불행(?)히도 한명도 없어 못내 아쉬웠다. 아무것도 없는 그것이 이 나라 사람들의 매력으로 때 묻지 않은 마음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고 있어 바깥 세계에 알려지지 않은 은자의 나라인 이곳 사람들의 순박함과 미소가 이 나라 매력이라 하겠다.

그들의 미소는 너무나 순수해 어디로부터 이런 미소를 지을 수가 있을까? 앙코르 왓에서 만나본 무희 압사라의 미소인가.

이 천진난만하고 순결 무구한 미소는 우리가 가난이라는 이름으로 멀리하고 꺼리는 소박한 생활에서만 가능한 것이리라. 내세울 것이 없고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이 자연과 더불어 살며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힘을 합쳐 도와주고 기쁜 일이 있으면 함께 기뻐하며 더불어 살아가는 가운데 이런 신비로운 미소가 베어날 수 있으리라.

 돈은 부처님께 시주할 때나 정령에 대해 존경을 표시하는 하나의 정표요 기호일 뿐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꼭 가져야만 되는 필수품도 아니라고 믿는 그들. 소유를 떠나 존재로 만족할 때 이 세상 살아가는데 필요한 노동만 있으면 그뿐이라는 마음의 풍요로움.

가난하기 때문에 풍요한 것이 그들로 돈이나 지위나 가진 것 없어도 마음이 풍부하면 자족하니 이들은 천국에 사는 천사의 웃음을 지닐 수 있다. 누구든 삶에 지칠 때면 이곳에 가보라. 어느 곳에서도 얻을 수 없는 마음의 풍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종교를 떠나 반드시 탁밧의식에 참여해보라 베품의 가치를 체험하고 나눔으로서 얻어지는 풍요를 맛보며 마음의 평안을 체험하고 싶다면 반드시 참여해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은 스님에게 드리는 공양이 아니라 스님을 통하여 그 나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는 한 과정이기에 종교를 떠나 하나의 인류애를 실천하는 도량이다.

그리고 여유가 있다면 그 곳 아이들이 다니는 오지의 학교를 찾아 학용품이나 축구공같은것도 한번쯤 선물해 보자. 학교래야 겨우 3~40명 내외의 아이들이 헐벗은체 교실 한 두개에 모여 공부를 하고 있다.

 직항로가 없어 다른 나라를 경유하며 밤새 비행기를 타고 오가다 보니 다녀오면 온몸이 피곤하고 지치는 긴(?) 여정이지만

나는 또 갈 것이다

그들의 때 묻지 않은 미소가 그리워지는 날 아내가 코끼리와 새를 다시 만나고 싶어 지는 날 우리는 다시 그곳을 찾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음이 가난해 지면 또 그곳을 찾게 될 것이다.

비록 몸은 피곤하지만 마음은 그 어느 때 보다 평안을 찾을 수 있는 게 바로 라오스 여행이기 때문이다.아무것도 볼 것 없는 그곳을 여러 번 찾는 내가 그래서 바보인지 모른다. <2013.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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