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문곤 전 금정구청장

명절 증후군이라는 말이 있다.
곧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어느 변호사의 말을 빌리자면 명절이 지나면 이혼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명절에 대한 후유증이 심각하다는 뜻이다.

지난 날 우리 가정은 남녀가 각각 하는 일이 엄연히 구분되어있었다.
남편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든 일을 이끌어나갔고 주부는 집안에서 살림만하면 되었지만 현대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제는 남녀의 일이 구분되지 않고 서로가 협력하면서 함께 살아감으로서 주부의 일이 더욱 다양해 졌다.
 

그만큼 주부에게 주어진 일이 다양하고 많아졌다. 따라서 지난 날 우리 주부들은 지금보다 훨씬 고된 일을 겪었어도 아무런 불평 없이 여인이 걸어야 당연한 길 인양 운명적으로 받아드렸지만 지금은 아니다.

남녀가 성차별 없이 가정을 꾸려나가고 여성이 자기 소리를 내는 현대사회에서 명절이면 주부가 감당해야할 일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으니 여기에서 오는 부작용은 당연하다.
여성의 의식은 바뀌었으나 남성들은 여전히 가부장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부부간의 괴리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의 차이는 결국 부부간의 갈등을 불러오기 마련이었다.

말 한마디가 천량 빚을 갚는다고 했다.
주부는 명절의 일거리를 혼자서 감당해야하는 것에 불만이 있고 남편은 당연히 주부의 몫이라고 생각하는데서 문제가 시작된다. 예로부터 남자는 부엌에 들어가면 안 된다는 고정관념이 자연 주부의 하는 일에 무관심해지고 주부는 주부 나름대로 조금만 도와주면 좋겠건만 모르는 채 하는 남편이 야속하고 원망스럽다.

여기에 시댁식구까지 챙겨야하는 며느리의 고충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명절차례를 무사히 치러내었다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시댁을 오고가느라 길에서 겪은 고생이 겹쳐 집으로 돌아온 순간 아내는 쉬고 싶건만 아이들은 밥 달라고 보챈다.
 

이 때 남편이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모든 걸 잊게 해 주건만 당연히 할 일을 했는데 왜 그러느냐는 표정을 지을 때 아내의 불만은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남편은 그런 걸 꼭 말을 해야 하느냐며 불만이고 아내는 남편의 무관심이 섭섭하고 화가 나 결국 부부싸움으로 이어지고 만다.

겉으로는 아주 사소한 일이 빌미가 되지만 한번 섭섭한 마음이 들면 그동안 쌓였던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급기야는 예상치 못한 사태로 까지 발전하고 만다.
 

해마다 명절 때면 친정이 지척이건만 언제나 전화한통으로 미안함을 전했던 서러움이 몰려와 눈물을 보이게 되고 이를 이해 못하는 남편은 우는 아내의 모습에 화가난다. 모두가 대화의 부족에서 나오는 결과다.

아내는 큰 것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수고했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될 일을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데 무슨 불만이냐는 표정을 짓는 남편이 얄미운 것이다.
남편들이여 부엌에 들어가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수고하는 아내에게 수고한다는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자. 
 그리고 용기가 있다면 살며시 다가가 안아주며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더 건네준다면 아내는 더 이상 바라지 않을 것이다. 이제 추석명절이 다가오고 있다.
이번 추석에는 아내에게 수고한다는 말 한마디 반드시 건네 보자. <2013.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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