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후 문득 명품을 사 입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서 있을 곳을 찾아야 했기에 그런 생각을 한 것이다. 명품매장이 많은 강남을 다시 찾았다. 검은 강아지와 흰 강아지가 붙어 있는 옷이며 핸드백과 구두 액세서리가 화려하게 진열된 매장을 찾아 들어갔다.

점원이 미적은 인사를 하고는 판매 할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았다. 자기네 매장과는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이리저리 둘러보고 가격표를 보고 있을 때 뒤쪽에서 점원이 반가운 목소리로 인사를 하는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쳐다보았더니 지하철에서 봤던 그녀였다. 그녀는 시계며 반지, 며칠 전 보았던 핸드백을 들고 들어와서는 점원과 한참을 이야기 하더니 얼마의 돈을 받아가지고 나갔다. 슬며시 점원들이 이야기 하는 소리를 듣기 위해 물건을 고르는 것처럼하며 다가갔다.

점원들의 이야기를 들었더니 그녀는 이곳에 자주 오는 단골 손님이며 명품중독이라고 했다. 신상품이 나오면 비싸게 주고 사서 싫증나면 얼마 후 판다고 했다.

명품 매장에서 강아지 두 마리가 있는 조끼를 샀다. 허리까지 숙이는 점원들의 인사를 받으며 이 정도는 나도 살 수 있어 사람을 어떻게 보고.... 라고 한마디 뱉고는 현금으로 옷 값을 치렀다. 처음에 찬밥 취급을 받은 걸 갚아 준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명품 옷을 샀으니 자랑도 할 겸 근처에 잘나가는 대학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 오랜만에 만난 선배와 술 한잔 하다가 선배가 차를 벤츠로 바꾸게 된 이야기를 들었다.

사게 된 동기가 그저 매장 한번 구경을 갔는데 수입차 파는 매장에서 천대를 하더라는 것이다. 직접적인 말은 안했지만 너 같은 게 이런 차를 살 수나 있냐는 식으로 대하더라는 것이다. 자존심이 상한 선배가 마이너스 통장까지 만들어 차를 샀다고 했다. 그리고는 후회한다고.....그리고는 물었다.

"그건 뭐냐?"
"이거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쇼핑백을 옆으로 밀며 대답했다.
지하철에서 만난 그녀도 처음에 이렇게 시작 되었으리라......

논어(論語)
子曰 吾未見好德如好色者也 [자한]편17장
(공자가 말하기를 "나는 겉모양을 좋아하듯 덕을 좋아하는 사람을 아직 보지 못하였다.")

겉모양을 좋아한다는 것은 외양이 그럴 듯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으로 그런 사람은 남에게 보이는 것을 중시하여 자기 수양보다는 남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 수 있을까에 마음을 쓰기 마련이다.
겉모양이 눈에 보이는데 반해 덕은 눈에 보이지 않으니 외양을 중요시 하는 태도는 덕을 키우는데 장애가 되고 그러한 태도는 남을 바라 볼 때도 외양을 그럴듯하게 꾸미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니 결코 그런 사람이 되어서는 아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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