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지금도 영혼이 있다고 믿고 있다.
내 나이 열 살 때 어머님이 돌아가셨기에 나는 어머님에 대한 기억이라고는 엄하셨다는 것 외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러다 결혼을 하게 되자 어머님제사를 모시게 되었다.

스무 세살 어린 새댁이 처음으로 맞이한 제사 하루 전 날 아내의 꿈에 어머님이 나타나시어 
나는 비린 걸 좋아하지 않으니 나물이나 넉넉히 하라고 말씀하시더라고 했다.
이 정도는 별 의미가 없어 그냥 흘려보냈지만 제사를 모시려온 누님에게 간밤 꿈 이야기를 하면서 
어머님께서 하얀 소복을 입으시고 머리는 곱게 빗어 옥비녀에 흰 댕기를 하시고 손에는 작은 주머니 하나를 들고 계셨다고 했었다.
누님께서 이 말을 듣는 순간 “아이구 엄마 어디 계셔요”하고 사방을 둘러보시며 눈물을 훔치셨다.       

나는 철모르던 시절이라 어머님의 모습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열한 살이나 많은 누님은 어머님의 모습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어머님이 돌아가실 무렵은 할머님이 돌아가신지 얼마 되지 않아 상주였기에 소복차림에 머리에 흰 댕기를 했으며 작은 주머니에는 어머님의 노리개를 담아 함께 넣어드렸다면서 누구도 아내에게 이야기 하지 않은 어머님의 마지막 모습을 본 듯이 설명하는 아내의 말에 누님은 충격을 받은 것이다.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늘 제사를 모셨지만 그동안 얼마나 불편하였으며 참석이나 하셨을까 하는 생각이 없지 않았는데 갓 시집온 며느리가 정성을 드려 제사를 준비하니 얼마나 대견했으면 이렇게 꿈에 나타나셨을까 생각하니 어느 것 하나 소홀할 수 없었다.   
뿐만 아니라 사업을 하면서 중요한 전환점이 있을 때 마다 며느리의 꿈에 나타나 예시를 해 주시는 어머님이시기에 아내는 지금도 어머님이 살아계신 듯 정성을 다해 제사를 모시고 있다.

어머님 뿐 아니라 모든 조상님들의 제사에 최고의 정성을 쏟고 있다.
곁에서 지켜보는 나도 감동 할 만큼 정성을 쏟고 있음에 아내에게는 몇 가지의 철칙이 있다.

최고의 재료를 선택하되 결코 흥정하지 않는다.   

모든 음식은 기쁜 마음으로 장만한다. 

음식을 조리할 때 결코 간을 보지 않고도 맛있게 한다.

음식을 할 동안 말을 함부로 하거나 떠들지 않는다.

제사를 모실 때는 남녀노소 구분 없이 차례대로 모신다.   

이는 며느리에게도 철두철미하게 전수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세태는 시장에 가면 온갖 음식들이 먹기 좋게 조리되어 있고 심지어 제사상이라 하여 등급별로 준비되어 그대로 사다가 모시기만 하면 되는 편리한 세상이다.
뿐만 아니라 제사를 대신 모셔주는 업종까지 생겨나 이제는 조상모시기를 남에게 맡기고 해외여행을 떠나는 기막힌 세상이 되었다. 
그러나 이건 결코 아니다.
영혼이 있고 없고를 떠나 인간의 도리가 아닌 것을 깨달아야 한다.
나는 조상을 정성껏 모시는 것이 이 세상 가장 큰 복을 짓는 일이라 믿고 있다.
하기야 종교를 핑계로 아예 조상모시기를 소홀히 하는 사람에 비하면 인간답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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