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을 도와주는 아주머니가 시장에 찐쌀이 나왔더라며 사왔었다.

언젠가 우연히 요즘 찐쌀이 나올 때가 되었구나하는 말을 흘려듣지 않고 시장에 나오자말자 이렇게 사온 아주머니가 참 고마웠다.

찐쌀, 원래 찐쌀이이란 벼가 있기 전 덜 여문 벼를 쪄서 말린 뒤에 찧은 쌀로 요즘 젊은이들에게는 다소 낯선 먹을거리 일는지 모르지만 나이든 사람들에게는 아득한 추억으로 막연하게나마 향수를 느끼게 하는 간식이다.

 어린 시절 끼니도 제대로 이어가기 힘들었던 그 당시 아이들에게 간식이라고는 생각도 못하던 가난 속에서도 가을이 오면 수많은 과일이 수확되어 온갖 먹을거리가 아이들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그 중에 찐쌀은 전연 새로운 맛으로 입을 즐겁게 해 주었다.

찐쌀은 조금씩 먹는 것 보다 한주먹 가득 입에 넣고 천천히 불려가며 그 맛을 음미하면 속에서 울어 나오는 그 구수하고 감칠맛 나는 맛은 코끝에 까지 이어지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향수에 빠져들게 한다.

 맛있게 먹고 있는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손자에게 한번 먹어보라고 권했더니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러나 할아버지가 권하니 어쩔 수 없었는지 한입 물더니 그냥 삼키고 만다

찐쌀이란 그렇게 먹는 게 아니라 입안에서 충분히 불려 천천히 먹어야 제 맛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하며 다시 먹어보게 했다.

이번에는 한참을 입안에 넣고 우물거리다 넘기기에 물어보니 조금은 맛을 아는 것 같은 표정이었지만 내가 느끼는 그 깊은 맛은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기야 요즘 수많은 간식들이 아이들의 입맛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는데 그들에게서 찐쌀이 지니고 있는 그 깊은 맛을 기대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우리의 전통 먹을거리들이 자꾸만 사라지고 있다.

좀 더 자극적이고 간편한 먹을거리에 길 드려지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 의해 배척당하고 있는 우리의 전통먹을거리들이 너무도 안타깝다.

 나는 지난 날 먹을거리에 대한 막연한 향수를 떨쳐버릴 수 없다. 손자가 찐쌀에서 느끼듯 조금씩 맛보아가면서 우리의 전통음식을 이해하고 이어져가기를 바라는 것은 단순한 내 욕심인가.

오늘도 입 안 가득 찐쌀을 머금고 그 깊고 오묘한 맛에 취해본다. 멀리 내 어린 시절이 뇌리를 스쳐간다. (2013.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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