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아내와 시내로 외출을 한 적이 있었다.
용무를 마치고 나니 마침 점심시간이라 근처의 식당을 찾았다. 자갈치 시장 근처라 부산에서 이름 난 횟집에 들리니 점심시간 임에도 시장가에 있으면서 다른 집보다 비싼 탓인지 한산했다.

얼마지 않아 젊은 부부 한 쌍이 조심스럽게 들어오더니 낯선 탓인지 사방을 두리번거리다 우리 옆 테이블에 앉았었다.
 

그들은 메뉴판을 보더니 잠깐 놀라는 모습이 엿보였고 종업원이 주문을 받으려고 다가서자 무척 미안한 표정을 지으면서 주문을 하는 모습이 어딘지 모르게 그들이 당황하고 있다는 느낌을 주었다.

나는 그들의 행동에 무관심 하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만 내 시야에 그들의 모습을 피할 수 없어 본의 아니게 지켜보게 되었다. 워낙 조용조용히 이야기를 하기에 그들의 말소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지만
행동하나 얼굴표정을 통해 나는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혼자서 짐작할 수 있었다.

나이는 20대 후반 아니면 30대 초반으로 보였고 옷차림은 집에서 입던 옷을 그대로 입고 온 듯 했고
부인의 안색을 보니 임신초기의 무척 피로한 기색이 엿보였다. 나의 지나친 짐작인지는 모르지만 한참 입덧을 할 시기에 아내가 회가 먹고 싶다하여 나온 것 같았고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먹이고 싶어 급히 외출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막상 메뉴를 보니 예산보다 높아 놀랐고 그렇다고 나갈 수 없어 그냥 주문을 한듯했다. 그것은 종업원이 가져온 회가 1인분인데 밥은 두 그릇인 것으로 보아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남편은 아내가 먹기를 권했고 아내는 혼자 먹기가 마음 편하지 않은지 상추에 회 한점을 싸서 남편에게 권하건만  남편은 덤으로 나오는 국물과 밥만 먹으며 끝내 거절하는 모습이 왠지 내 마음을 찡하게 했었다.

불현 듯 나에게도 저런 날이 일이 있었지 하는 옛 생각에 잠시 숟가락질을 멈추고 말았다.
참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었다.
 

이러한 생각이 내 일방적인 판단인지는 몰라도 나는 그들이 그러한 마음에서 그곳에 앉아 있기를 바란다.

비록 등 뒤로 느끼지만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의 그 애뜻한 사랑의 모습. 맛있게 먹으면서도 남편의 마음 씀씀이에 고마워하며 회 한 점을 권하는 아내의 그 행복에 찬 눈길. 나는 정말 오랜만에 젊은 부부를 통하여 부부의 참 모습을 보았다.

그래 저것이 바로 부부라는 거야.
참 아름다운 모습이 오래토록 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돌아 오면서 그들이 그 날처럼 항상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행복하기를 빌어본다. (2013.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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