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동동 '하동집' 인근에서 비 오는날 찰칵 한 컷
                                                                                                                                           남경희

봄비가 내리는 날이다.
밤새 귀신울음 같은 바람이 수영 강을 위아래 휘 젖고 다니더니
아침은 고요한 봄이다.
오래전 가 보았던 물안개 피던 오륜대를 향해서 차를 몰고 기억을 더듬으며 도착한 그곳은 낮 설음이 나를 맞이한다.
오륜 대는 부산광역시 금정구 회동동에 속해있고 선동 등 5개동과 3개면에 걸쳐 위치하고 있다.

넓은 들판과 밭들은 많이 사라지고 새로운 건물들과 지금도 공사 중인 곳이 많았다.
저수지에 펼쳐진 산은 한 폭의 동양화 같고, 깊이를 잃은 저수지의 모습은 측은지심 스럽게 초라해 보인다.
들판에 떨어지는 봄비를 머금은 쑥, 냉이, 쑥부쟁이들은 입을 쩍쩍 벌리며 하늘의 기운을 채운다.

밭길에는 열심히 농사에 쓴 장화를 거꾸로 매달아서 말리는 모습이 우습기도하고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에 내 걸음을 멈추게 한다.
우리가 먹는 쌀과 야채들이 시장에서 구매하고 밥상에서 먹는다지만 농사일하는 사람들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
아마도 돈을 벌겠다는 생각과 욕심만은 아닐 것 같다.
허리를 굽혀가며 방울방울 떨어지는 땀을 옷소매에 훔치며 잠시 쉬는 시간에 먹는 새참의 그 맛 때문에 농사일을 하지 않을까싶다.

마을버스가 멈춰 섰다.
연두 빛 그 버스는 이 마을에 꼭 어울린다.
몇몇을 태우고 잠시 멈춘 것은 아마도 혼자인 내가 탈까봐 기다린 것 같다.
한참을 그렇게 서있었다.
우산도 없이 들길을 걷는 내가 비를 피해서 버스에 오르길 바랬나보다.
나를 두고 떠나는 버스의 뒷모습을 나는 한참 바라보다 다시 길을 찾아 떠난다.

시끄럽게 울어대는 까치를 보았다.
저 하늘을 가까이에 집을 짓고 뭐가 그렇게도 속상 한 건지 다른 가지에 따로 앉아 울어댄다.
서로 무슨 연인지 모르지만 나는 그저 화해하고 행복하게 지내며 서로의 날갯 속을 다듬어주는 사이면 좋겠다.

구불구불 마을 속으로 들어간다.
“땅 뫼산 맨발 황토길 가는 길“ 푯말이보여 그 길을 찾아 나선다.
저 산.
눈앞에 황토 빛이 보이고 산에는 예쁜 길이 잘 다듬어져있다.
비 오는 봄 길이라 직접 체험 하지 못함이 아쉬움이다.
황토 빛 그 길은 우리아버지 좋아하던 시루떡 같이 보들보들하고 폭신폭신하고 달고 맛 나는 길일 것이다.

오륜 대는 오래전 다섯 할아버지가 지팡이를 꽂아두고 놀았다는 곳을 오륜 대라하여 마을이름을 오륜 대라고 지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그다지 높지 않은 부엉산을 오르며 오륜전망대에서서 해동저수지를 내려다보는 경관은 참으로 새로울 것이다.

오륜 대에 봄이 오는 길.
연인에겐 사랑이 꽃피는 길.
가족에겐 행복이 꽃피는 길.
이웃에겐 웃음이 꽃피는 길.

요즘 현대인들의 목마름을 해소해 줄 근교의 힐 링 테마 거리에 주말나들이 꼭 한번 다녀가 보세요.

2014.3.26
2014-03-26 11:5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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