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과 최인호의 산방 대담 “세상을 떠난 두 거인, 한 권의 책 속에서 동행하다”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는 2003년 4월, 길상사 요사채에서 가진 법정과 최인호의 네 시간에 걸친 대담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이 대담에서 두 사람은 행복과 사랑, 삶과 죽음, 시대정신과 고독 등 11가지 주제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며 깊이 있는 사색과 시적 은유로 가득한 언어를 주고받았다.

이 책은 원래 최인호가 생전에 법정의 기일에 맞추어 펴내려고 했다.

법정이 입적한 이듬해인 2011년, 암 투병 중에도 일필휘지로 써 내려간 장편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펴내기도 했던 최인호는 이후 병이 깊어져 뜻을 이루지 못하다가 결국 2013년 9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하지만 최인호는 병이 깊은 중에도 반드시 법정 스님의 입적 시기를 전후해 책을 펴내라는 유지를 남겼고, 그의 뜻은 법정의 5주기를 즈음하여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
 

최인호는 생의 말년에 왜 이 책을 마음에 크게 두었을까?

그 이유는 이 책의 [들어가는 글]과 [나오는 글]에 잘 드러난다. 샘터라는 잡지에 각기 다른 소재로 인기 연재물을 쓰면서 시작된 첫 만남 이후 30년 동안 두 사람은 열 번 남짓 만났을 뿐이다. 하지만 수필가로서, 소설가로서 당대를 대표한 법정과 최인호는 때로는 가까이에서, 때로는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고 독려하며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왔다.

최인호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는 불교 소설 [길 없는 길]이 법정의 한마디에서 시작된 사연이라든가, 빗속에서 헤어지며 친형제와도 같은 깊은 애정을 느끼는 장면들이 그러하다. 그래서 최인호는 생전의 그 인연을 이 책을 통해 이어 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또 한 권의 책 속에서 법정과 동행하는 자신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결국 두 사람의 깊은 인연은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남게 되었다.

법정은 입적하기 전에 자신이 지은 책을 모두 절판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때문에 안타깝게도 독자들은 법정이 지은 주옥같은 글들을 당분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법정의 주기가 되면 ‘법정’이라는 키워드를 단 책들이 등장하지만, 그것은 모두 법정이 남긴 말과 글이거나 법정을 근거리에서 바라본 이들의 소회를 담은 것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꽃잎이 떨어져도 꽃은 지지 않네]를 통해 법정과 더불어 소설가 최인호의 육성을 접한다는 것은, 또 삶의 본질을 파헤치고자 했던 치열한 ‘수행자’들의 글을 만난다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다.

부디 이 책을 통해 많은 이들이 삶의 화두를 되새기게 되기를 바란다.

출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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