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성적표가 나왔다. 과거 철저하게 지켜줘 왔던 지역구도도 성난 민심앞에서 무너지고 말았다. 보수의 깃발은 무너지고 야권의 결합은 외면당하고 말았다. 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이번 총선의 결과는 한국 정치의 새로운 변환점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긍정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부산은 여당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그러나 이번 공천과정에서도 김무성식 공천제도로 19대 현역을 한명도 교체하지 않았다. 또, 비례대표도 한명도 챙기지 못했다. 과거와 같이 깃발만 꼽고 '시민들은 표를 찍으세요' 하는식의 오만이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시민들은 표로 엄정한 심판을 한 것이다.

다시 말하면, 정치인들이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지향점을 과거와 같이 생각한 것이다. 업신 여겼다 크게 당한 것이다. 역시 부산은 독재에 항거한 역사적 고장이다.

각설하고, 이번 총선은 사실상 2017년 대선을 향한 중간평가라 할 수 있는 이번 총선에서 각 당은 적지 않은 고민을 안게 되었다. 새누리당은 총선패배의 책임여부로 당분간 당수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총선 후 대표직을 내려 놓겠다고 했지만, 총선 결과로 김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김 전 대표가 어떻게 이 상황을 돌파할지가 주목된다. 더민주는 희비가 교차하고 있는 분위기이다. 총선에서 기대이상의 승리를 일구어 냈지만, 호남에서 참패에 가까운 결과를 받은 것은 선거기간동안 김종인 대표와 문재인 전대표간 갈등을 일으킨 호남민심에 대한 해석이 다시금 수면위로 떠 오를 수 밖에 없게 되었고 향후 국민의당과의 관계 정립이라는 숙제까지 안겨주었다.

유력대선 주자들의 명함도 엇갈렸다.

야권분열의 책임을 추궁당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호남에서의 승리와 예상밖의 비례득표율로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어느정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에 소위 옥새투쟁을 해가며 새누리당을 지휘했던 김무성 전 대표는 상향식 공천 주장과 무공천 결정에 대한 당내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전망이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선거 마지막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 불출마는 물론이고 정계 은퇴를 하겠다고 한 말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야권의 대권후보로서의 입지가 흔들릴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졌다는 분석이다.

이렇게 유력 대권후보들의 정치적 입지가 엇갈리고 있는 반면에 잠룡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새누리당의 경우 친박계 좌장 최경환 의원은 김 전대표에 이은 차기당권 후보로서 당에서 입지를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호남에서 재선에 성공한 이정현 의원의 입지도 오를 전망이다. 반면에 대구에서 출마한 김문수 전 도지사와 종로에서 패배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당내 뚜렷한 지지기반도 없는 상황이라 정치적으로 재기하기까지 험난한 입장에 놓여지고 말았다. 공천파동의 중심에 있던 유승민 의원의 경우 TK를 벗어나 전국적인 인지도는 쌓았으나 향후 복당의 문제와 당내 우호세력을 확보해야한다는 숙제를 안게 되었다.

야권에서는 오세훈, 김문수를 꺾은 정세균, 김부겸 당선자가 당내 차기 대권후보 경쟁에 합류할 전망이다. 특히 김부겸 의원은 31년 만에 대구에서 승리한 야당 의원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했다. 사실상 호남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문재인 전대표는 야권대선후보의 이미지에 상처를 입은 상황이고 호남의 지지를 회복해야만 하는 과제를 받은 상황이다.

반면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의 수혜자로 보인다. 박빙이라고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와는 달리 여유있는 득표로 당선되었고, 국민의당을 원내교섭단체로 안착시킨 점은 차기 대권후보로서 다시 존재감을 보여준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야권분열이라는 비난 속에도 호남에서 승리를 이끌어 낸 점이 기존의 이미지를 바꾸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지지기반이 호남에 치중되어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총선을 영원할 것 같았던 지역주의 붕괴의 의미있는 첫 걸음이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정부여당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도 있지만 지역을 떠나 자신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능력있는 일꾼을 유권자들이 선택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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