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오는 모습을 봅니다. 밤은 아직은 서둘러 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서서히 오고 있습니다. 지난 봄 보다는 걸음이 좀 빨라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더디게 밤이 옵니다. 밤이 천천히 걸음을 할 때 마음이 참 고요해집니다.

안개처럼 어둠이 살짝 이 세상을 덮을 때 내 앞의 풍경들은 순하게, 때로는 작은 슬픔처럼 다가섭니다.

어둠이 채 오기 전 어스름 녘의 시간 위에 서면 진달래꽃같이 흔들리는 마음도 만나게 됩니다. 그 시간에 서면 정말 착한 사람이 되는 것만 같습니다. 어스름 녘의 시간은 내개 할머니와도 같습니다.

그 안에서 나는 착함과 눈물과 이별을 배워가기 때문입니다. 밤이 서서히 오듯 나는 사람의 마음을 배워 갑니다. 언제나 이렇게 어스름 녘의 마음 하나 지니고 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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