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하디 탁한 이 세상에 고고하게 핀 연꽃은 작지만 큰 가르침을 준다. 부드럽게 사세요. 다 피고 집니다......라고

흙탕물에 뿌리를 담그고 피어난 꽃이 어찌 이렇게 눈부실 수 있을 까? 흙탕물에서 났지만 스스로를 더럽히지 않는다는 송나라 유학자 ‘주돈’의 표현이 딱 맞다.

올해 연꽃을 찾아 경주 안압지, 함안을 두 번 다녀왔다. 새벽에 연꽃을 보니 여름 열기 속에서도 고개 숙이지 않고 꿋꿋하게 꽃대를 밀어 올린 연꽃이 마치 고행을 마친 부처 같았다. 연꽃 밭은 초여름이면 꽃망울 틔우는데 8월 중순이면 경주 안압지는 절정기를 이룬다. 홍련은 유난히 크고 탐스럽다.

더운 날 바람이라도 불면 이파리가 들썩거리고 꽃대가 흔들리는 것이 환상적이다.

중국 북송시대의 학자 ‘주무숙’은 그의 ‘애련설’에서 이와 같이 말한다. “내가 오직 연꽃을 사랑함은 진흙 속에서 났지만 거기에 물들지 않고, 맑은 물결에 씻겨도 요염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이 비어 사심이 없고, 가지가 뻗지 않아 흔들림이 없다. 그 그윽한 향기는 멀수록 더욱 맑고, 그의 높은 품격은 누구도 업신여기지 못한다. 그러므로 연은 꽃 가운데 군자라 한다.”

연꽃을 두고 꽃중의 군자라고 한다. 탁 하디 탁한 세상을 떠돌다 바라본 연꽃은 나에게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나는 연꽃과 혼교라도 할 듯이 카메라를 들고 서성거리다 돌아오곤 했다.

나는 안다. 이제까지 살아온 나의 삶, 지금의 이 삶, 그리고 앞으로 죽을 때까지는 살아야 할 삶, 어느 하나라도 빠짐없이... 이제 곧 여름이 가고 가을오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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