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며칠 전 밖에서 놀던 아들 녀석이 느닷없이 달려 들어와서는 필자에게 물었다.
"아빠 노름이 나쁜거예요?" 거실 소파에 앉자있는 필자를 향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새카만 모습에 얼마나 뛰어놀았는지 이마자락에 흐른 땀에 흙먼지가 범벅이 되어 옷소매로 땀을 닦으며 코를 훔치며 대답을 듣고 싶어 서 있는 아들 녀석이 물었다.

"노름? 노름은 나쁜거지....그건 나쁜 사람들이 하는 거야 ."
후다닥 들어온 아들 녀석의 갑작스런 질문에 아무 생각 없이 말했다. 그러자 아들 녀석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했다.

"그럼 아빠 시(詩)에 나오는 아저씨 아줌마도 나쁜 사람들이었어요?"
목을 길게 빼며 동그란 눈을 더 크게 뜨면서 흥분된 목소리로 물었다.
"뭐 아빠 시?"
"네 아빠가 읽어주었던 시 말이에요 .."

희미했던 정신이 갑자기 걷히면서 이 녀석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비스듬히 앉자 있던 몸을 바로 하고 아들 녀석을 앞에 앉혔다.
"아빠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거든 그러니까 차근차근 이야기 해봐.."
거실 소파 앞에 앉자 있는 아들 녀석의 눈을 보면서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 아빠가 얼마 전에 옛날이야기 해주면서 읽어준 시 말이에요 거기에 아저씨하고 아줌마 나오잖아요. 아줌마가 아저씨 오기를 기다리다가 죽었다는 ......."

그때야 생각이 났다. 김포에 있는 애기봉(愛岐峰)에 대한 시를 써서 발표하기 전날 집사람과 아들 녀석에게 평양감사와 기생 애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시를 읽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지금 아들 녀석은 느닷없이 그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 그래 애기봉 이야기 말이지 평양감사와 기생이야기 ...."
"네"
"근데 왜 그 사람들이 나쁜 사람이라고 생각해?"
"아니 ... 아빠가 그랬잖아요 노름하는 사람들은 나쁜 사람들이라고, 그 아저씨 아줌마도 노름을 했잖아요..." "뭐? ...." 아들 녀석의 말을 듣다가 시 구절을 속에 사랑 놀음이란 표현이 있는 것이 생각이 났다. 아마도 이 녀석은 노름과 놀음을 똑같이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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