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창포에 있는 필자에게 한통의 전화가 걸려 왔다. 집필 중에는 전화를 받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은 무언가에 끌려서 전화를 받았다.

전화의 주인공은 대기업에 근무하는 친구 녀석이었다. 혀가 꼬부라진 것이 술을 어느 정도 한잔 한 모양인지 헤헤 웃으며 살가운 목소리를 뿜어내며 전화 연결이 되어서 기쁘다는 애교 섞인 녀석의 뒷말에 녀석이 고민거리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평소 술을 좋아하는 필자에게 주말에 와서 술한잔 사주겠다며 비유를 맞추어 놓고서는 자신의 신세타령을 하기 시작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등 처자식만 없으면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등 필자가 듣기에 배부른 푸념을 내뱉었다.
"야 임마 자꾸 배부른 소리 할거면 전화 끊어..!"
"야 그게 아니고 나 정말 심각해 그래서 너한테 전화 한거야.."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수그러들더니 울먹이기 시작했다.
그런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매몰차게 끈을 수 없어서 자초지종을 듣기로 했다.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굴지의 기업에 들어가서 최선을 다한 그에게 눈에 가시 같은 상사가 있었다. 오죽하면 그 상사가 사라지거나 없어져 버렸으면 하는 생각과 심지어 그를 죽이고 싶은 충동까지 느꼈다고 한다. 아침이 되면 일이 힘들어서가 아니라 그를 만나는 것이 너무 싫어 출근하는 것이 아니라 지옥으로 가는 것만 같다고 했다. 그리고 그런 사정을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 더 괴로웠다고 .... 그러면서 참았던 눈물을 수화기에 쏟아 냈다. 그동안 누구한테도 말을 못하고 혼자 끙끙 거렸을 친구의 가슴앓이가 백분 이해가 되었다.

다음날 친구가 출근하기 전 그에게 시어머니가 너무 고약하게 굴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던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했던 이야기를 미운사람 죽이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이메일을 보냈다.

어느 마을에 사사건건 트집을 잡고 야단을 친 시어머니로 인해서 며느리는 그 시어머니 음성이나 얼굴만 생각해도 속이 답답하고 숨이 막힐 지경이 되어 버렸다. 그런 그녀는 시어머니가 죽지 않으면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들어 덕망 있는 스님을 찾아갔다. 스님은 이 며느리의 이야기를 다 듣고는 비방이 있다고 말했다.

그 말에 며느리는 스님에게 눈물을 흘리며 비방을 가르쳐 달라고 했다. 그러자 스님은 시어머니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무어냐고 물었고 며느리는 “인절미”라고 대답했다. 스님은 앞으로 백일동안 하루도 빼놓지 말고 인절미를 정성껏 만들어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인절미를 드리면 백일 후에는 시어머니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죽게 될 것이라고 예언을 했다. 그 말을 들은 며느리는 신이 나서 돌아왔고 그 후로부터 매일 정성껏 찹쌀을 씻고 잘 익혀서 인절미를 만들었다.

그런 며느리에 행동에 시어머니는 처음에는 "이 년이 곧 죽으려나, 왜 안하던 짓을 하고 난리야?” 라고 했지만 이렇게 하면 시어머니가 곧 죽는다는 스님에 말에 며느리는 아무 소리도 하지 않고 조금만 참으면 시 어머니가 죽어 이 괴로움에서 벗어날 생각에 계속해서 인절미를 드렸다.

시어머니는 그렇게 보기 싫던 며느리가 매일 새로 몰랑몰랑한 인절미를 해다 바치고 심하게 다그쳐도 아랑곳 하지 않고 더욱 정성을 드려 자신이 좋아하는 인절미를 해 주는 것에 며느리에 대한 마음이 생각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해 야단도 덜 치고 구박도 덜하게 되었다. 두 달이 넘어서자 시어머니는 하루도 거르지 않는 며느리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이 되어 동네 사람들에게 해대던 며느리의 욕도 거두고 침이 마르게 칭찬을 하게 되었다. 석 달이 다 되어 가면서 며느리는 사람들에게 자신을 야단치기는커녕 칭찬하고 웃는 낯으로 대해 주는 시어머니를 죽이려고 한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나쁜 마음을 가진 것이 무서워졌다.

그동안 자신에게 그렇게 못되게 굴던 시어머니가 다정다감해지고 누구보다 좋은 시어머니가 되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좋은 시어머니와 더 오래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에 스님의 이야기가 생각이 났고 시어머니가 정말로 죽게 될까봐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며느리는 다시 스님에게 달려가 "내가 잘못 생각했으니 시어머니가 죽지 않을 방도만 알려 주면 그 은혜를 잊지 않겠다고 하면서 스님 앞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그러자 스님은 빙긋이 웃으며 그녀에게 말했다.
"미운 시어머니는 벌써 죽었지?”라고......

이것이 미운 사람 죽이는 법이다. 싫은 상사나 동료를 죽이는 방법은 물론 떡 한 개로는 안 될 것이다. 적어도 며느리처럼 백번 정도는 인절미를 해다 바쳐야 미운 사람이 죽지 않을까? 며느리한테 시어머니가 미운 사람이었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인절미로 미운사람을 죽였다. 누구에게나 미워하는 사람은 있다. 그리고 미운 사람을 죽이는 방법도 있다. 주위를 둘러보고 찾아보면 분명 그 방법은 있을 것이다. 미운사람은 반드시 죽여야 한다. 그것으로 인해 자신이 괴롭기 때문에......

이런 이메일을 보내고 한참이 지나 친구가 찾아왔다. 필자가 좋아하는 술한잔 받아주려고 말이다. 그래서 우린 백사장에서 붉은 노을을 안주삼고 묵묵히 저물어 가는 저녁놀을 보며 그간의 이야기를 꺼냈다. 한잔 술에 웃으며 이야기 하는 친구 녀석을 보고 있으니 이 친구도 미운사람 죽이는 방법을 찾아낸 모양이었다.

사람 관계가 대부분 내가 싫어하면 상대방에게도 그 마음이 전달되어 관계가 갈수록 불편해지기 마련인데 그래서 우리들에게 친숙한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속담이 생긴 것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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