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엄마 지금 뭐해요? "
  여섯 살 난 아들 녀석이 주방에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 이모할머니한테 갖다 주려고 죽을 만드는 중이란다 "
" 이모할머니한테요? "
" 응. 왜냐하면 이모할머니가 지금 매우 슬프거든 얼마 전에 이모부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서 가슴에 상처를 입고 아파하셔...."
"상처를요?"
"응 그래서 우리가 한동안 돌봐 드려야해 "
" 아아 알았어요..." 아들 녀석은 아내의 말에 알아들었다는 표정을 짓고는 얼른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부산스럽게 아내는 이것저것 밑반찬을 챙기고 짐을 꾸려서 준비가
다 되었다고 말했다.
"정호야! 얼른 이모 할머니네 집에 가야지 얼른 나와.."
아내가 자기방에서 아까부터 꼼짝하지 않는 아들녀석을 불렀다.
"잠깐만요 지금 나가요"

방문소리가 열리면서 씨익 웃는 녀석의 손에는 조그마한 가방이 하나 들려 있었다.
"그 가방은 뭐니?"
아내가 물었다.
"엄마는 몰라도 되요 이모할머니 드릴거에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는 물건을 차에 실고 출발을 했다. 뒷자리에 너부러져 앉자 있는 녀석을 백미러로 보면서 녀석의 옆에 있는 가방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일어났다.

집에서 그리 멀지 않아 딴 생각할 틈 없이 금방 이모 집에 도착을 하고 준비한 물건을 차에서 내리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이모집으로 올라가 문을 두드렸다.

조금 지나 이모가 문을 열고 나오자 아들녀석은 얼른 인사를 했다.
"이모 할머니 안녕하세요.."
꾸벅 배꼽 인사를 하고는 자기집 인냥 신발을 획 벗어 던지고 거실 소파위에 걸터앉았다.

"이모님 진지 안드셨지요? 그래서 죽 좀 가져 왔어요.."
아내가 들고 있는 짐을 주방에 풀어 놓으면서 물었다.
"뭘 이런 걸 가지고 오니 그냥 내가 해 먹으면 되는걸."
얼굴이 핼쑥해져 핏기가 없는 모습으로 우리가 오기 전까지 누워 계셨는지 뒷머리가 숨죽어 눌려 있는 모습으로 아내의 물음에 힘없이 대답을 했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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