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아들녀석이 앉아 있는 소파 옆으로 이모를 앉히자 아들녀석을 쓰다듬으며
"아이고 이녀석은 튼튼하구나 살이 몽실몽실 한게 단단하다"
그러자 아들 녀석이 이모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모할머니 아파요?"
"어? 나 안 아픈데.."
"에이 거짓말 엄마가 그러는데 이모할머니 가슴이 아프다고 했는데 .."

그러자 그 말을 들은 아내가 화들짝 놀라며 아들녀석을 보며 눈시울 찌푸렸다.
그런 모습에 아랑곳 하지 않고 아들녀석은 가지고간 가방의 지퍼를 열고 비닐봉지 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이모할머니 일루 와 보세요..."
아들녀석의 말에 이모는 아들녀석 쪽으로 가까이 다가갔고 아들녀석은 가방에서 꺼낸 일회용 반창고를 손에 들고 이모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니?"
이모가 놀란 눈으로 아들녀석을 바라보며 물었다.
"상처 난데는 일회용반창고가 최고에요 이거 붙이면 금방 낳아요..""뭐 상처?"
"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아내는 어쩔 줄을 몰랐다.

"네 엄마가여 이모할머니가 할아버지를 하늘나라로 보내서 가슴에 상처가 났데요..그러니까 그 상처에 이거 붙이면 금방 낳아요. 나도 상처 나면 이거 붙이는데 금방 낳아요." 라고 말하고는 이모를 바라보며 씨익 웃었다.
그제서야 알아차린 이모는 얼른 일회용 반창고를 받아 들고 아들녀석을 꼭 안았다.
"그래 이거 붙이고 금방 낳을게...."

아들녀석의 등을 토닥토닥 두드리다 이모는 안방으로 들어갔다. 들어가는 뒷모습의 어깨가 들썩거리는 것이 울고 계시는 것처럼 보였다. 아내가 얼른 뒤따라 가려고 하는 것을 그냥 두라고 눈짓을 했다. 아내는 괜히 더 슬프게 해드린 것 아닌가 하는 모습에 안절부절 거렸다.

얼마 후 이모가 안방에서 나왔다. 머리도 단정하게 빗고 아까보다 환해진 모습으로 아들녀석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이구야 우리 정호가 준 일회용 밴드 붙이니까 이모할머니 상처가 금방 낳았네.."라고 하면서 웃어 보였다. 그리고 아내를 보며 말했다.
"에미야 그 죽 좀 다오. 일회용 반창고를 붙였더니 배가 고프구나.."

돌아오는 길에 아들녀석의 엉뚱한 행동에 웃음도 나고 일회용 반창고를 붙이고 기운을 차린 이모를 보면서 정말 상처가 치료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미러로 뒷자리에서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해맑게 자고 있는 녀석을 보면서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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