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무능한 남편하고는 더 이상 살수가 없습니다. 사람이 사랑으로만 사는 건 아니잖아요?"
서울의 한 가정법원의 가사 조종실에서 이혼을 요구한 여자의 말이다.
"사람이 돈 만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

같은 시간 다른 법정에서 사는 게 돈이면 다가 아니라며 이혼을 요구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무능한 남편과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정에, 또 한쪽은 경제적인 능력이 다가 아니라며 가정보다 일에 미쳐있는 남편과 이혼을 하기 위해 법정에 섰다.

모 방송국에 방영 되었던 사랑과 전쟁이라는 프로그램의 내용이다. 물론 방송이기에 다소 허구의 내용이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런 일들이 실제 발생하고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 대학모임에 참석한 자리에 동기간에 그나마 잘 나간다고 하는 선배가 이혼을 하게 된 이야기를 직접 들었다.

I.T사업을 하면서 벤처 인증까지 받아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인정을 받고 있는 기업의 대표이기에 아쉬울 것 없이 가정생활도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이혼을 했다는 사실에 사뭇 놀랐다.

모임에 참석해서 술잔이 몇 잔 오가고 근황을 물어 보고 남자들만의 수다를 떨고 있을 때 선배가 이야기 했다.
"여자들은 참 웃기지 않냐? "
"네? 뭐가요 선배"
"쥐꼬리만안 월급 받을 때는 돈만 많이 벌어오라고 난리더니 등 따습고 배부르니까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느냐며 대들더라..."
"그래요 아니 형수가 뭐라고 했는데요?"
"야야 말도 마라 출장가면 또 출장 가느냐고 하고 접대하고 바이어 만나서 집에 늦게 들어 가면 가족보다 일이 좋으냐면서 사람 속을 긁더라, 피곤해 죽겠는데 말이야 나 혼자 잘 먹고 잘살려고 일 하는 건 아니잖아 ... 늦게까지 고생하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자기하고 같이 보낸 시간이 언제였는지 아느냐, 요즘은 같으면 혼자인 것 같아 우울증에 걸렸다는 등 집에만 들어가면 사람을 더 피곤하게 해 집이라는 게 편하게 쉴 수 가 있어야 되는 데 이건 일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집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더 크니 사람이 살수가 있냐?

그래서 내가 한번은 헤어진 집사람한테 이런 말을 했다. 생활비 넉넉하게 주고 남들보다 좋은 집에 편하게 살게 해주는데 무슨 불만이 그렇게 많으냐고 했더니 그 여자가 그러더라고 예전에 봉급생활 할 때 퇴근시간 되면 집에 들어오고 주말이면 식구들하고 가까운 곳이라도 다녔을 때가 좋았다고 비록 작은 월세 집에서 여유롭게 살지는 못했지만 그때가 더 좋았다고....

그래서 몇 달을 일찍 퇴근하고 집에 신경을 써 봤지 그랬더니 당장 하는 일에 지장이 있더라구 거래처 마다 납품일 못 맞춰 하자 걸리고 제품 잊어버리고 결재 늦어져 신용도 떨어져 아무튼 별별 일이 다 생겨서 손해가 이만 저만 발생한 게 아니.

요즘은 직원들한테만 회사 맡겨 두면 회사 문닫아야해 주인 의식들이 없거든 그러니 당연히 다시 일에 매진 할 수밖에 없었지 그랬더니 회사일은 당신 혼자 하느냐며 돈도 필요 없고 좋은 집에 좋은 차도 필요 없다며 그렇게 일에 미쳐서 살 것 같으면 혼자 살라고 하더라 그래서 이혼했지 뭐, 시간이 가면 갈수록 그 사람하고 나하고 골만 깊어 가고 만나기만 하면 싸우니까 서로의 길을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이혼했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내가 그 사람과 식구들한테 뭘 잘못 했는지 모르겠어. 그 사람이 왜 그렇게 나한테 불만이 많은지 이해 할 수가 없어 애들이 몇 학년인지 모르고 애들 생일 제 날짜에 못 챙겨 주고 기념일 몇 번 잊어버린 게 그렇게 잘못 된거니?? 좋은 옷에 맛있는 거 먹게 해주고 편한 집에서 공부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것이 죄냐구?

내가 생각 할 때는 행복에 겨워서 그래 지질이 궁상을 떨어 봐야 능력 있는 남편 만난 걸 행복하다고 생각 할 텐데 말이야 지금 사회가 얼마나 치열한 경쟁사회인데 쉬는 날 다 쉬고 언제 성공해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도 될까 말까 인데.... 안 그러냐?" 얼큰하게 홍조(紅潮)띤 얼굴로 필자를 바라보며 선배는 열변을 토해냈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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