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한참 선배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니 선배의 홍조 띤 얼굴과 T.V에 법정에 앉아 "사람이 돈 만으로 사는 건 아니잖아요! 사랑이 없는 삶이 무슨 의미가 있어요?"라고 말하며 남편과 이혼을 하려던 여인의 모습이 교차되면서 선배의 말과 드라마 속에서 일만 아는 남편과 이혼하려던 여인의 말들이 상반되어 머릿속을 맴돌고 혼돈이 오기 시작했다.

한쪽 말을 들으면 그 말에 공감이 가고 또 다른 한쪽 말을 생각해보면 그 말도 맞는 것 같아 나름대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을 때, 드라마 속에 무능한 남편과 이혼을 결심하게 된 내용이 생각났다. 박봉의 월급으로 겨우 네 식구 입에 풀칠을 하면서 근근이 살아가는 그녀의 삶, 애들 교육비에 큰일이 생길 때면 대출을 받아야 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며 돈을 융통하고 이일 저일 하며 살아가는 그녀의 사는 모습이 브라운관이 아닌 기억 속에 살아났다.

능력 없는 남편의 월급으로는 채무 변제는 고사하고 이자 내기에 급급하다보니 채무는 더 늘어나기만 하고 파출부에 간병일까지 힘겨운 일을 해도 빚더미에 헤어나지 못하는 고달픈 삶에 서서히 지쳐가면서 남편의 무능력을 탓하기 시작한다.

가정적이고 자상하지만 융통성이 없어 봉급 외에 여타 수입은 전혀 없는 남편, 파출부일과 간병 일에 지친아내에게 미안해하며 아이들의 간식이며 공부에 관심을 가져주는 착한 남편이지만 그런 남편이 점점 미워져갔다. 다른 사람들처럼 좋은 집에 좋은 차를 타고 편하게 살 마음도 없다. 당장 발등에 떨어진 빚에서 벗어날 수만 있으면 그것으로 행복할 것 같은 생각을 가졌고 욕심도 요행도 바라지 않았다.

사람이 살면서 도리를 지키며 부모의 연(緣)으로 형제의 연으로 얽히고 섞여 살아간다. 그러한 연으로 묶여 있기에 시부모의 병원비와 생활비는 자식 된 도리로 감당해야 하고 친척들의 애경사는 형제의 도리로 마땅히 감당해야 했다.

그렇게 한 것이 한푼 두푼 늘어 빚더미가 되었고 그 빚더미는 고스란히 그녀에게 부담 지어져 능력 있는 사람을 만났더라면 이런 고생은 하지 않고 살 수 있었을텐데 하며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들어오면 걸려오는 빚 독촉전화에 또 한 번 몸은 파김치가 된다.

그녀는 세상이 자기에게 너무 큰 시련과 고통을 준다고 생각해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파출부 나가는 집에 능력 있는 신랑을 만나 골프며 명품을 들고 다니고 여러 가지 취미생활과 문화생활을 하며 사는 사람들을 보면 부러울 게 없어 보여 무능한 남편을 만난 자신이 더 더욱 불행한 것만 같았다.

다른 가정의 아이들처럼 사교육 한번 제대로 시키지 못해 뒤처지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좋은 옷과 맛있는 음식 한번 제대로 먹이지 못해 한(恨)으로 남아서 무능한 남편과의 이혼을 생각하게 되었다는 드라마 속 법정에서의 그녀의 말은 살면서 돈이 절실하다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러나 세상은 공평한가 보다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다.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사람은 없다. 하늘도 그렇게 다주지는 않는 것이 분명하다. 겉으로 보기에 부족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지만 한 겹을 벗겨보면 애끓이 없는 집이 없다.

두 가지를 다 가지려고 하는 욕심이 크다 보면 결국 가지고 있는 소중한 하나마저 잃게 되는 것 그래서 공자는 논어에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不知人也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라)."라고 말한 것은 아닐까?......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