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향수가 검은 넥타이처럼 만져진다.’ 정지용 시인의 ‘바다의 향수’란 글귀입니다. 바다에 나가 눈을 감고 이 글귀를 생각하며 바다를 바라봅니다.

 물결이 더욱 선명하게 밀려드는 광경을 봅니다. 쏴 ~아하, 가슴을 씻고 가는 물결 소리, 내 안에 쌓여 있던 무언가가 저 물결 소리에 씻기어 나갑니다. 가슴이 시원하게 트이는 것을 느낍니다.

 바다 물결 소리가 내게는 의사입니다. 막힌 가슴을 뚫어주는 명의입니다. 가슴이 답답할 때 바다에 나가 주의를 집중하면 그 물결 소리가 가슴을 훑고 지나가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랜 시간 무겁게 머무르던 그 모든 상념들이 바다 물결 소리에 집중하는 순간, 사라져 가는 것을 느낍니다. 바다의 물결 소리를 들으면 가벼워지는 영혼의 무게, 몸이 사라지는 것 같은 이 가벼운 황홀이 신기하게 다가섭니다.

 이제 바다는 내 삶의 피안입니다. 피안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었습니다. 이제 피안을 찾아 먼 길을 우회할 필요가 없게 되었습니다.

이 지척에 피안을 두고 살아가는 나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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