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다. 검은 구름이 장막이 찢어져 실오라기를 풀리더니 헝클어진 하얀 머리 타래에 땀 흐른다. 난 이곳에서 20여년 오르내리며 청춘기를 보냈다. 금정산 자락이다.

이 주위에 살 때, 비가 오고 나면 이곳을 찾았다. 며칠 전 비가 많이 내려 이 비경을 생각하며 이곳을 찾았다. 길목부터 많이 변했다. 우선 아파트부터 변했으니까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이곳엔 비가 많이 내리면 아름다움을 우리게 주는 이런 그림이 있었다. 이곳을 올라오며 힘들었다. 생물학적인 나이는 어쩔 수가 없다. 온몸이 땀 범벅이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목감기를 주었다. 흠뻑 비를 맞아서인지 하산할 때는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밤새 꿍꿍 앓아 심하게 감기 몸살을 했다.

나는 이곳을 여태 밝히지 않았다. 훼손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금정산 자락이라고 만 밝힌 일이 있다.  보존해야 할 곳이기 때문이다. 평소엔 물이 조금 고일뿐 비가 많이 내려야 금정산 곳곳에서 흘러드는 빗물이 합해져 이런 폭포를 연출한다. 그러나 금정산에 오르내리는 등산객은 알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번  폭우로 푸른 틈이 벌어지며 햇빛이 폭발, 빛 내림으로 지난 인생이 서글픔이 밀려든다. 젖은 바위와 작은 나무들이 바람에 갈기를 털고, 숲과 이끼 냄새가 코를 싱그럽게 한다. 하늘은 빛나는 유린, 무너지는 수증기의 요새, 빛의 성채, 아름답다. 금정산 자락의 아름다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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