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 오름'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용눈이 오름'을 좋아 한다.
특히 안개는 환상과 설렘을 준다. 안개는 분위기와 기대감을 만들어 낸다. 안개는 자연에 신비감과 낭만을 부여하기도 하고 또 다르게 절망과 우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용눈이 오름은 이 계절엔 녹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초록 융단을 깔아 설램을 갖게 한다. 안개와 어울린 녹색을 보면 심장이 멈춤 그 자체다.
녹색은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유쾌하고 상쾌한 색이다. 녹색은 심리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집중력을 높여준다.
정상을 밟으면 환상적인 풍광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사방으로 탁 트인 곳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선한 공기, 황홀한 여명, 새들이 지저귐, 풀냄새, 야생화, 실바람...그 모든 것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수 없는 절묘한 조화를 부린다.
말과 소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새들은 제 흥에 겨워 조잘거리고, 풀잎에 몸을 감춘 벌레들은 사랑을 속삭인다. 벌, 나비는 꽃 향기를 따라 날개짓을 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축복이다. 나는 느끼고, 찾고, 깨닫고, 기다리기를 수없이 하며 제주에 가면 아침 저녁으로 '용눈이 오름'을 오른다.
'용눈이 오름'은 한 순간도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철 따라 아침 저녁으로, 방향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기자는 원하는 순간에 멋진 대상을 찾아 무려 200회 정도를 약 10년간 사진으로 찍었다. 무려 컷수로 약 20만컷을 넘을 것 이다.
이 오름을 사랑한 고 김영갑 사진가는 80년대(?)척박한 제주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오름 그리고 바다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제주가 변하기 전 모습이다. 그 사진을 보면 서 정적이고 기록화 할 사진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기자는 grotesque한 안개로 오름을 스치는 풍경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 자체이다.
좋은 풍경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대상과의 만남을 위한 힘든 고행(?)의 길을 주저하지 말고 꾸준히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