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자욱한 '용눈이 오름'의 풍경이다. (19. 7. 9일)
안개가 자욱한 '용눈이 오름'의 풍경이다. (19. 7. 9일)

'용눈이 오름'에는 눈을 흐리게 하는 색깔이 없다. 귀를 멀게하는 난잡한 소리도 없다. 코를 막히게 하는 역겨운 냄새도 없다. 마음을 어지럽게 하는 그 어떤 것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런 '용눈이 오름'을 좋아 한다.

특히 안개는 환상과 설렘을 준다. 안개는 분위기와 기대감을 만들어 낸다. 안개는 자연에 신비감과 낭만을 부여하기도 하고 또 다르게 절망과 우울감을 표현하기도 한다.

용눈이 오름은 이 계절엔 녹색으로 치장하고 있다. 매년 이맘때 초록 융단을 깔아 설램을 갖게 한다. 안개와 어울린 녹색을 보면 심장이 멈춤 그 자체다.

녹색은 일상에 찌든 스트레스를 날려 버리는 유쾌하고 상쾌한 색이다. 녹색은 심리적으로 긴장을 풀어주며 집중력을 높여준다.

정상을 밟으면 환상적인 풍광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사방으로 탁 트인 곳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신선한 공기, 황홀한 여명, 새들이 지저귐, 풀냄새, 야생화, 실바람...그 모든 것들이 인위적으로 만들수 없는 절묘한 조화를 부린다. 

 말과 소들이 한가로이 노닐고, 새들은 제 흥에 겨워 조잘거리고, 풀잎에 몸을 감춘 벌레들은 사랑을 속삭인다. 벌, 나비는 꽃 향기를 따라 날개짓을 한다. 자연이 인간에게 베푸는 축복이다. 나는 느끼고, 찾고, 깨닫고, 기다리기를 수없이 하며 제주에 가면 아침 저녁으로 '용눈이 오름'을 오른다.

'용눈이 오름'은 한 순간도 같은 풍경을 보여주지 않는다. 철 따라 아침 저녁으로, 방향과 날씨에 따라 달라진다. 기자는 원하는 순간에 멋진 대상을 찾아 무려 200회 정도를 약 10년간 사진으로 찍었다. 무려 컷수로 약 20만컷을 넘을 것 이다.

이 오름을 사랑한 고 김영갑 사진가는 80년대(?)척박한 제주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오름 그리고 바다를 카메라에 담아왔다. 제주가 변하기 전 모습이다. 그 사진을 보면 서 정적이고 기록화 할 사진들이 많은 것 같다.

특히, 기자는 grotesque한 안개로 오름을 스치는 풍경은 아름답고 환상적인 그 자체이다.

좋은 풍경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니다. 대상과의 만남을 위한 힘든 고행(?)의 길을 주저하지 말고 꾸준히 가야만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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