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들어 잇따르는 지방 공직사회 비리 소식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24일 현직 청도군수가 부정선거 혐의로 구속되더니, 이틀 뒤엔 입찰 로비에 관여한 서울시 공무원이 무더기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소식이다. 특히 청도군의 불법 선거 소식은 짜증을 넘어 허탈감마저 주고 있다.

불법 선거운동이 얼마나 기승을 부렸는지 무려 19명이 구속되고 69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현찰 6억원이 5만∼10만원 다발로 쪼개져 5700여 명에게 은밀히 전해졌다고 한다. 청도군 유권자 수가 3만9000명이니 전체 유권자의 14.6%가 범죄 혐의를 쓰게 된 셈이다. 도대체 산골마을 군수 자리 하나에 수억원을 뿌렸다는 사실부터가 황당할 뿐이다. 당선 뒤에 이권사업으로 충분히 봉창할 수 있었다는 계산이 없었을까. 다른 지자체장은 이런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지자체의 심각한 부패 실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방공무원 1만 명당 징계 건수가 중앙공무원의 3.7배에 달한다는 통계까지 있다. 오죽하면 구리시가 “자율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며 부패 척결을 위한 조례 제정까지 추진했겠는가.

인수위는 작고 강한 정부를 위한 정부조직 개편을 밀어붙이고 있다. 공무원 사회의 고비용·저효율 구조를 뿌리째 뽑겠다며 서슬이 퍼렇다. 하지만 전체 공무원의 37%를 차지하는 지방 공직사회를 방치하고는 진정한 성공은 없다.

이번 기회에 지방 공직사회의 부정부패를 척결할 제도적 장치를 획기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를 더욱 강화하고 부패지수가 높은 지자체에 실질적 불이익을 주는 채찍이 필요하다. 구리시처럼 비리 척결 의지를 보이는 지자체에는 각종 혜택을 부여하는 당근도 병행돼야 한다. 청도군 사건은 ‘영혼이 없는 공무원’도 우리 사회의 적이지만 ‘영혼이 타락한 공무원’은 국민까지 죄인으로 만든다는 교훈을 남긴 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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