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걷기를 좋아합니다. 길을 걸으면 가슴이 맑게 비워지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마침 내가 사는 아파트 주변에 '걷기 좋은 길'이 있습니다.

하나는 바다까지 10분 코스인 '송정바닷가', 다른 하나는 조금 걸어 해운대 달맞이 길을 돌아 '해운대 바닷가'로 가는 길입니다. 나는 바다로 가는 길을 자주 걷지만, 먼 길이라고 할 수 없는 길인 바다에 이르는 길도 가끔 걷습니다.

그 길은 폐선로 '동해남부선길' 초입부터 약 1시간여쯤 걸립니다. 그 길이 ‘해운대 문텐로’로 청사포로 송정으로 통하는 길입니다. 그 길은 해풍을 껴 앉은 소나무 등 맑은 풍경들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눈이 시원해지고 공기가 맛이 있습니다.

폐선로를 걸으면 저 멀리 수평선도 보이고, 간이 쉼터도 있습니다. 파도소리와 풀벌레 소리가 내 영혼을 맑게 합니다. 또 걷다 위로 눈을 돌리면 지금은 해운대 옛 풍물이 된 ‘다닥다닥’ 촌도 볼 수 있습니다.

눈에 비치는 파도소리와 어우러진 그윽한 풍경들에 그만 미소 짓게 됩니다. 나는 그 길에 나만의 이름을 붙였습니다. '영혼의 길'... 그리고 그 길을 걸으며 누구나 잃었던 미소를 찾고 미소 짓기를 기도합니다. 멋진 풍경을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생기며 카메라 셔터를 누릅니다. 한 장의 그림엽서 같은 비경입니다.

천양희 시인 글을 떠올립니다. /풀벌레들 소리만으로 세상을 울린다. 그 울림 속에 내가 서 있다. 울음 소리 듣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는 지금 득음하고 싶은 것이다. 전 생애로 절명하듯 울어대는 벌레소리들, 언제 내 속에 들어왔는지 나는 모른다./ 네가 내 지음이다. 네소리가 나를 부린지 오래되었다.

시의 판소리여, 이제 온전히 소리판이니 누구든 듣고 가라. 소리를 듣듯이 울음도 그렇게 듣는 것이다. 저 벌레소리 받아 적으면 반성문 될까. 소절소절 내 속에 울리고 있습니다. 모든 울리는 것들이 여운을 남깁니다.

나는 그 길에 '내러티브'에 '몰염치'한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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