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눈이 오름'을 라이카 S 중형 카메라로 작업했습니다.
'용눈이 오름'을 라이카 S 중형 카메라로 작업했습니다.

가을을 찾아 제주에 왔습니다. 명소로 알려진 ‘용눈이 오름’ 억새는 지금 한창입니다. 저는 중형 카메라로 ‘흑백’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억세’의 형상은 역광에 관찰하면 밤하늘에 소금을 뿌려 놓은 별처럼 심장을 콩닥콩닥 띄게 합니다.

‘용눈이 오름’에 갈 때는 평소보다 아침 일찍 눈을 뜹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라는 속담이 있듯이 아침녘에는 피사체가 되는 소재가 많습니다. 특히, 새벽녘 적막함을 깨뜨리며 솟아 오르는 아침 해가 푸른색으로부터 점차 붉게 변합니다.

이런 가을 풍광을 어디서 볼까요. 제주 가을 억새는 좀 특이한 것 같습니다. 억새가 붉은 꽃을 피워 올리다 하얗게 변해 갑니다. 그러다 겨울이 되면 내면을 기약하듯 ‘밑거름’ 되여 생을 마칩니다.

사람과 같습니다. 억새는 봄이면 잎을 내밀어 여름이면 청춘을 노래하듯 하늘하늘 거리다 가을이면 갈색으로 변하며 저 세상으로 갈 채비를 합니다. ‘우리들에게 아름답게 살아라’며 흔적을 남기고 떠납니다. 사람도 태어나서 젊어 청춘을 구가하다 중년이 되고 그러다가 병이 찾아 들고 생을 마감합니다. 이게 세상사는 이치인가 봅니다.

어느 대중가요 가사에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 인가요’라는 노랫말이 생각납니다. 가을이 오면 으레 이 노랫말을 읊조리며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합니다. 가을 억새는 제주도에 아름다운 곳이 많습니다. 특히 새별오름, 산굼부리, 아끈다랑쉬 등. 그런데 특이점이 있습니다. 제주도 억새는 타 지방과 다른 점이 많습니다. 지질학적인 문제인가 봅니다. 궁금합니다.

보통 사진은 뺄셈을 잘해야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지만, 때론 덧셈을 잘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혼돈스럽겠지만, 상황에 따라 선택해야 합니다.

나는 ‘용눈이 오름’을 사계절을 배경도 덧셈을 합니다. 작업에 시행착오도 많이 했습니다. 지금도 배우며 작업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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