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 동양대 교양학부 교수가 대학에 사직서를 제출했다. 그가 소셜미디어에 남긴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라는 말이 눈길을

이 말은 지난 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에서 극중 형사 서도철(황정민 분)이 했던 대사다.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 분) 편에 선 동료 형사에게 이렇게 말한다. “너 돈 먹었지? 같은 식구라고 보자보자 하니까.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어? 수갑차고 다니면서 가오 떨어질 짓 하지 말자.”

‘가오’는 일본말로 얼굴이라는 뜻이지만, 체면·자존심을 의미하기도 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자존심을 버리고 현실에 타협하지 말자는 대사인 것이다. 영화가 흥행하고 많은 이들이 이 말을 따라했다.

하지만 이 명대사도 원조는 따로 있다. 바로 베니스영화제 여우주연상 수상 배우 강수연이다.

강수연은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 부침을 겪던 시절 풀 죽어 있던 영화계 동료들에게 “야,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고 말하며 자주 다독였다고 한다. ‘베테랑’의 연출자인 류승완 감독은 한 인터뷰에서 “강수연 선배의 그 말이 마음에 확 박혀서 언젠가 대사로 써먹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이번에 제대로 썼다”고 설명했다.
 

이 말이 20일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진 교수는 페이스북에 “오늘 마지막 수업 마치고 미리 써놓았던 사직서를 냈습니다, 내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나, 이젠 자유다!”라고 썼다. 대학 측은 이날 진 교수의 사직서를 수리했다. 진 교수는 2012년 3월부터 동양대 교수 부임해 학생들 가르쳐 왔다.

진 교수는 사직 이유를 따로 밝히지 않았다. 다만, ‘조국 사태’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대표적인 진보 논객인 진 교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그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비판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지난 9월 30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조 전 장관 관련 논란을 언급하며 “진보가 거의 기득권이 돼 버렸다는 느낌이 든다. 젊은 세대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적을 두고 있는 정의당이 조 전 장관 임명에 반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탈당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