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종 칼럼]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중국과 달랐다
[김수종 칼럼] 대만, 싱가포르, 홍콩은 중국과 달랐다
  • 편집부
  • 승인 2020.03.17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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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한(武漢)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가 전 세계를 뒤덮어가고 있다. 에티오피아 외무장관 출신으로 중국 눈치를 보며 어물쩍거리던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이 뒤늦게 ‘세계대유행’(Pandemic)을 선언했고, ‘외국산 바이러스’ 운운하며 문제없다는 듯이 대책에 늑장을 피우던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뉴욕증시가 폭락하자 허겁지겁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발생국 중국이 초반에 확산을 막지 못해 세계로 퍼져나간 바이러스는 유럽과 미국을 감염공포로 몰아넣으며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을 난타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초기 대응을 잘 하지 못해 확진자가 쏟아지고 위험 국가로 지목되어 거의 모든 나라로부터 항공기 입항금지 조치를 받았다. 좀 늦게나마 자가 격리와 개학연기, 집회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과 손씻기 등 시민의 위생 의식에 기대어 바이러스 통제에 효과를 보고 있다. 하지만 모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국내 거주 프랑스인이 확진자로 확인되어, 이제는 외국 확진자 역(逆)유입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홍콩 대만 싱가포르는 지리적으로 또는 문화적으로 중국에서 가장 인접한 지역인데도 의외로 초기 단계에서 바이러스 감염을 잘 차단해서 주목받고 있다. 홍콩대학의 감염병 전문가 벤자민 코울링 교수와 림웨이원 연구원이 이 세 지역의 바이러스 차단 사례를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것이 눈길을 끌었다. 지역의 정치사회적 특성에 맞춰 대응했다는 점에서 매우 교훈적이다.

□인구 570만 명의 싱가포르는 16일 현재 확진자가 216명이지만 사망자는 없다. 중국으로부터 오는 감염자를 초기에 차단했다. 중국 정부가 우한 감염사태를 알리자 사흘 만에 우한에서 출발한 여행객을 상대로 열과 호흡 이상자를 가려내어 격리했다. 확진자 입국이 발견되자 즉각 우한발 여객기 취항을 금지했다.

3개 대학 호스텔을 즉각 수용시설로 바꿔서 감염지역으로부터 도착한 입국자를 강제 격리했다. 정부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평일 근무 피해를 보상해 주었다.

원래 싱가포르의 공중 위생은 유별나다. 이번 사태로 싱가포르 정부는 Δ기침 재채기 할 때 티슈 사용 Δ단체식사 때 지정된 숟가락 사용 Δ음식 또는 음료 먹을 때 식판 사용 Δ공중변기 깨끗하고 건조하게 유지 Δ규칙적인 손씻기 등 개인 공중위생 5개 원칙을 강력히 권장하고 있다.

□ 16일 대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59명이며 사망자는 1명이다. 인구 2360만 명을 감안하면 바이러스 차단에 성공적이다. 싱가포르처럼 단호하게 하지 않고 종합적이고 단계적으로 조치를 취했다. 우한에서 바이러스가 발행했다는 뉴스가 1월 초 나오자 며칠 후 방역요원들이 우한에서 온 비행기에 올라 여행객들을 검사하고 가려내는 방법을 썼다. 1월 21일 해외에서 온 확진자가 확인되자 바로 우한-타이완 노선 4개 항공사 운항을 금지했다. 3주 후 베이징 샹하이 샤먼 청두를 제외한 전 노선 운항을 금지했다.

대만은 지역내 감염 차단에서도 종합적으로 대처했다. 국가의 모든 시설을 격리검역을 위해 개방했지만, 이 시설이 남아돌아도 자가격리를 권고했다. 그러나 격리조치를 위반할 경우 3만3200달러(약 3900만원)의 벌금 등 엄격한 제재 방법을 채택했다. 각종 모임 행사는 취소하거나 연기하도록 했다. 초중고교는 음력설 연휴가 끝난 후 2주간 휴교했다가 2월 25일부터 개학했다.

정부는 재고 마스크에 대한 공급관리를 통해 동네 가게에서 정가에 살 수 있도록 조치했다. “기침이나 재채기 할 때 마스크를 쓰자” “비누로 충분히 손을 씻자” “병원을 포함 사람 많은 장소를 피하자” 이런 홍보 메시지가 관련 사이트마다 게재됐다.

□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고 인구가 750만 명이다. 중국 본토와 육상교통으로 연결되어 하루 30만 명이 왕래할 정도였으니 바이러스 전염에 좋은 조건이다. 그러나 16일 확진자는 149명이고 사망자는 4명이니 정말 선방한 셈이다. 지역내 감염보다 본토로부터 유입을 막는 것을 급선무로 했다. 우한에서 발병 사례가 발표된 1월 3일 홍콩 정부는 기존의 체온감지 스크린 설치를 입출입장에 확충하고 지역 의료시설에 열이 있거나 호흡기 질환이 있는 환자나 우한을 방문한 전력이 있는 사람을 신고하도록 조치했다. 외부에서 들어온 첫 확진자가 발생한 후 5일 후에 우한이나 기타 감염지역 여행자를 통제하고 14개 본토출입 관문을 폐쇄했다. 2월 하루 평균 중국본토 왕래자는 750명으로 줄어들었다. 2월 5일부터 중국본토로부터 들어오는 사람은 14일 자가격리 조치를 받았다.

홍콩의 4만개 병원 베드 중 1000개의 음압베드를 바이러스 확진자가 쓸 수 있도록 했다. 홍콩정부는 1월 28일부터 공무원의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를 취했으며 유치원과 학교도 휴교에 들어갔고, 이 조치는 4월 20일까지 연장됐다. 홍콩은 학교 문을 닫는 게 전염병 방지에 효과적이라고 보고 지난 12년 동안 4차례 시행했다. 학생들은 교실수업 대신 온라인으로 수업을 받고 있다.

어젯밤 이 글을 쓰는 중에 희한하게도 ‘로레알 홍콩’의 IT시스템을 담당하는 후배 고형욱씨가 카톡으로 “마스크 구하느라 고생 많죠?”라며 안부를 물어왔다. 잘됐다 싶어 홍콩사정을 물었더니 그의 대답은 이랬다. “처음에 ‘본토와의 관문을 차단하라’는 의료진 파업이 있었을 정도로 바이러스에 민감해요. 사스(SARS)로 사상자가 많았던 탓인 듯합니다. 홍콩인들도 마스크쓰기 등 위생수칙을 잘 지킵니다. 평소 백인들은 마스크를 잘 착용 안하는데 요즘엔 모두 하고 다닙니다. 값은 올랐지만 줄 서지는 않아요. 민주화 데모가 별로 없어요.”

지금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조치가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을 끄는 것 같다. 그러나 대만 홍콩 싱가포르는 중국본토와 인접해서 왕래가 많고 문화적 동질성이 강한데도 초반에 냉정하게 차단막을 잘 친 것은 흥미롭다. 대만 싱가포르는 물론 홍콩도 중국의 정치적 영향력에서 거리를 두려고 노력하면서 긴장관계가 조성된다. 벤자민 코울링 교수가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이들 지역과 중국의 긴장관계가 보이지 않은 바이러스 차단막이 되지는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인권과 상관없이 사회를 통제해서 전염병을 차단하는 공산당체제와 개인의 자유를 허용하며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민주체제가 대조적이다. <뉴스1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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