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얼마 전 필자는 10년 차이가 나는 후배들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격식과 예의를 지키는 후배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나름대로 노력을 하는데도 분위기는 반전이 되지 않고 계속해서 경로우대 받는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입을 열었다.

"얘들아 형한테 경로우대 그만하고 편하게 한잔 하자 평소에 니들끼리 즐기는 풍류 있잖아 그대로 가자 거기에 나도 좀 끼워 주고 말이야"
딱딱한 분위기를 풀어볼 요량(料量)으로 말했지만 10여명의 후배들은 필자의 말에 흠칫 놀라는 눈치들이었다. 그리고는 이내 마음을 여는 것 같아 보였다.
"그럼 형님 눈치 게임이라고 있는데 어떻게 가능 하시겠세여....?"
애널리스트로 펀드매니저 일을 하는 분위기 메이커 상복이가 요즘 유행하는 말이라며 애교를 섞어 필자에게 말했다.

"뭐?.... 눈치게임?"
"네"
"그거 재미있겠다. 근데 내가게임에는 소질이 없어서 말이다."
"쉽습니다. 저희가 하는 거 한번만 보시고 따라서 하시면 됩니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IT사업을 하는 재영이가 말을 받았다. 그리고는 그가 후배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우리가(歌) 한번 가자"
그러자 자신들의 앞에 있는 술잔을 들고 일제히 일어났다. 덩달아 필자도 술잔을 들고 따라 일어났다.
"우리가~" 재영이가 큰 소리로 외치자
"남이가~" 라고 남은 후배들이 외쳤다. 그리고는 들고 있던 술잔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박수를 쳤다.

사람들이 많은 횟집에서 10여명이 큰 소리로 구호를 외치고 박수까지 치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몰려왔다. 이런 광경을 한편에서는 신기하듯 보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저 사람들 뭐야" 라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듯 했다. 우리가(歌)를 외치고 자리에 앉자
"그럼 나부터 할께..." 라며 백건이가 게임을 시작했다.

후배들이 시작한 게임은 너덧 가지 종류의 게임방식 중 게임에 걸린 사람이 그 중에 하나의 게임을 선택하면 얼른 그 게임을 따라서 진행해야 하는, 말 그대로 눈치를 보면서 준비하고 있다가 게임이 시작되면 얼른 따라 들어가야 하는 게임이었다. 자칫 잘못해서 다른 게임을 하거나 그 게임의 룰을 어겼을 때는 여러 명 앞에서 그 야말로 민망한 벌칙을 받아야 했다. 간혹 두 명이 게임에 걸리면 둘은 무표정한 모습으로 마주서서 엉덩이와 손을 상대방 앞으로 스텝을 맞춰 뻗으며 이렇게 말을 해야 한다.
"어머나 세상에" 라고 리듬을 타며 상대를 웃겨야 했다.

그런 둘의 모습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폭소가 터져 나왔다.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탓에 필자도 몇 번 걸려 민망한 벌칙을 수행했고 학창시절 유도를 했던 곰 같은 덩치의 영규와 "어머나 세상에"를 엉덩이 흔들면서 외치다 곰 이 재주부리는 모습에 웃음이 터져 배꼽을 부여잡고 뒹굴었다.

게임 중간 중간 필자가 술잔을 들고 "우리가~"라고 하면 후배들은 여지없이 "남이가~"라고 외치며 술잔을 한입에 털어 넣었다. 그런 모습이 너무 좋았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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