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4·9총선 공천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최고의 상품’이다. 너도 나도 ‘선거시장’에 이 대통령을 팔고 있다. 부산 한 지역에 공천 신청한  A씨는 “숨소리만 들어도 심기를 안다”고 떠들고 다닌다. 어떻게 하면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할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작금 한나라당의 공천에서 ‘줄’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튼튼한 줄은 ‘이명박 줄’이다. 적어도 현장의 공천 신청자들은 그렇게 느끼고 있다.

10여년 전 알고 지냈던 한 인사 B씨에게서 며칠 전 연락이 왔다. 부산 지역 공천을 신청한 그는 “이건 공천이 아니라 사천(私薦)”이라고 했다. 자신으로 기울던 분위기가 갑자기 뒤집어졌는데 알고 보니 ‘친이명박’계인 경쟁자 K씨가 실세들에게 손을 써 흐름을 바꿨더라는 것이다.

K씨가 정말 그랬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다. 분명한 것은 공천경쟁 현장에서 이같은 ‘계파 공천’ ‘줄 공천’이 엄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거꾸로 계파 외에 객관적 공천 기준의 부재를 증명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

후유증은 이미 나타나고 있다. 공천 결과에 불복하는 것은 흔한 일이고 배신의 언행도 돌출한다. 3배수에도 끼지 못한 공천 신청자 K씨는 “차라리 통합민주당 ○○○를 찍어라”고 떠들고 다닌다고 한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1차 심사를 통과한 검사 출신 J씨는 당 지도부에 “1차 통과 기득권을 포기할 테니 공천 신청자 전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계파 나눠먹기’에서 진정한 승복은 있을 수 없다는 게 이유다.

추상같은 기준을 세운 통합민주당의 ‘공천 혁명’ 앞에 한나라당의 공천은 안이하기 짝이 없다. ‘천막정신’은 사라진 지 오래고, 내부로부터 스스로 신뢰를 무너뜨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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