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이놈의 감기 환절기만 되면 걸리니 죽겠습니다. 주사를 강한 걸로 놓아주던지 빨리 떨어지게 좀 해주세요." "어허... 감기가 주사 한방에 그렇게 쉽게 낳는 건가 이 사람아 .."
"약 먹으면 1주일 안 먹으면 7일이라면서요 요즘 감기 말이에요.."
"하하하.. 그렇다고들 하지 미지근한 물 많이 먹고 푹 좀 쉬면 금방 낳을 거야.."

며칠 무리를 해서 그런지 불청객 감기가 찾아왔다. 필자와 자전거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 선배의 병원을 찾아가 반갑지 않은 감기에 대해 투정을 늘어놓았다.
"자네 감기가 왜 감기인줄 아는가?" 진료를 마친 선배가 필자를 향해 물었다.
"네? ... 감기가 병명(病名) 아닌가요?"
"감기는 덜 감(감減) 기운 기(氣)그러니까 한마디로 기운이 감소되었다는 말이지."
"아....그런 거였어요? " 선배의 말을 듣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제 감기에 대한 답이 나오지 아무리 튼튼한 사람도 무리를 하면 감기가 오게 되어 있어 주사를 맞는다고 약을 먹는다고 낳는 것은 아니야 건강관리를 잘 해야지 ..."
"네" 선배의 핀잔에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했다.
그런 필자를 바라보던 선배가 다음 환자 진료 차트를 보면서 말을 했다.
"시간 괜찮으면 밖에 잠깐 기다리게 식사나 같이 하지?"

식사를 하는 동안 선배는 인간의 생명을 의사가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되며 하나님도 허락한 사랑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지 의사의 길로 들어서는 후배들에게 들려준다는 경험담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오래전에 선배가 진주의 종합병원 응급실에 근무 할 때 일이다. 어느 날 공사장에서 추락사고로 뇌를 다친 20대 후반의 젊은 사람이 응급실에 실려 왔다. 이미 그의 얼굴하고 머리는 심하게 손상 되서 원래 모습은 전혀 찾아 볼 수도 없었고 의식은 완전히 사라진 상태여서 서둘러 응급조치를 했지만 살 가망은 거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이미 식물인간이 된 상태가 되어 버렸기 때문에 선배는 그 환자에게 호흡기를 달고 중환자실로 올려 보냈다. 그리고는 잠시 후 중환자 실로 도착한 선배는 착잡한 심정으로 심전도를 체크하는 기계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규칙적이고 정상적인 심장박동을 나타내던 심전도 곡선이 갑자기 웨이브 파동으로 바뀌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심장 박동이 그 만큼 약해져서 죽음이 아주 가까이 왔음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보통 이런 심전도 곡선이 나타난 이후 10분 이상 살아있는 환자는 거의 없었기에 중환자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의 가족들에게 들어와서 임종을 지켜보라고 말해야 했다. 환자를 살려내지 못한 미안함과 슬픈 소식을 알려야 하는 이중부담이 선배의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지만 곧 사망에 이르게 되는 상태를 알려야 하는 의사의 도리로서 어쩔 수 없는 환자의 상태를 가족들에게 알렸다.

환자가 곧 임종 할 것이라고 가족들에게 알리자 이미 가족들은 슬퍼하며 죽음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다. 환자의 부모와 일가친척으로 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이미 시체나 다름없는 그 환자에게 마지막 작별을 하는 모습을 보고 선배는 중환자실에서 나왔다.

간호사에게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 호출을 하고 곧바로 영안실에 연락할 것을 지시를 했다. 그 후 한참이 지나도 간호사로부터 호출이 없어 다른 환자를 보고 난 뒤 다시 중환자실에 들렀다가 선배는 깜짝 놀랐다.


/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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