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夢誕 이 덕 진

한 시간이 지났는데도 그의 심장박동이 멈추지 않고 느린 웨이브 파동을 그리며 그대로 유지 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직 살아 있는 것이 분명했다.

사람에 따라 약간의 시간이 차이가 나지만 이처럼 오래 생명을 유지하는 것은 본 적이 없었기에 다소 당황을 했지만 그 날 따라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려들어 그 환자에 대한 생각할 겨를 없이 바쁘게 보냈고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잠깐 눈을 붙였다가 다음날 아침 다시 중환자실로 갔다.

중환자실로 가면서 지금쯤 그가 누워 있던 병상에는 다른 환자가 누워 있을 거라고 생각을 하면서 들어서는 순간 그가 아직도 살아 있는 것을 보고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더 약해지긴 했지만 심전도 곡선이 끊이지 않고 웨이브 파동을 그리며 자신이 살아 있음을 알리고 있었다.

그것을 본 선배의 가슴에는 무언가 쿵하고 울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무언인지는 몰라도 그가 이 세상을 떠나지 못하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이 되어서도 그의 심전도는 여전히 웨이브 파동으로 뛰고 있었다.

그리고 또 다음날도 놀랍게 그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의 신체는 이미 죽은 것이나 다름없지만 그의 영혼은 여전히 세상과 이어진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그런 그의 심전도를 바라보고 있을 때 갑자기 한 젊은 여인이 중환자실로 뛰어들어 왔다. 멀리서 갑작스런 연락을 받고 급하게 왔는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였고 멍한 눈빛으로 그를 물끄러미 바라보더니 그 자리에 우뚝 서 서 움직이질 못했다. 그렇게 서있는 그녀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금방이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아 보였다.

선배는 그녀가 그의 곁으로 다가갈 수 있게 자리를 비켜 주었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그가 누워 있는 병상 옆으로 다가와 그의 손을 잡았다. 바로 그 순간 그의 심전도 파동이 멈추면서 심전도 기계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심전도를 보고 있던 선배가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결과 숨을 거두었다. 지금까지 연명해오던 삶과의 연(緣)을 놓은 것이다.

조용한 말로 선배가 사망했다고 말하자 그녀는 오열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녀를 두고 중환자실에서 나온 선배는 가족들에게 임종소식을 알리고 오열하는 그녀가 누구인지 물었다. 방금 숨을 거둔 그가 지금까지 삶을 연장해 왔던 것이 그녀 때문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결혼한 지 3개월 된 그의 부인이고 그녀의 뱃속에는 그의 아기가 자라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은 선배는 방금 숨을 거둔 그가 왜 그렇게 생명의 끈을 놓지 않았는지 알게 됐다. 그리고 놀라웠다. 말로 표현 못할 묘한 감정이 온 몸을 휘감으면서 선배가 해야 할 일이 생각이 났다. 선배는 그녀에게 가서 그의 기적 같은 지금의 사실을 모두 이야기 해 주었다.

세상을 떠나기 전 당신과 뱃속의 아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얼마나 오랫동안 죽음과 삶의 경계에서 사투를 벌이며 기다렸는지 그것이 그에게 얼마나 힘겹고 어려웠던 것인지 그리고 그가 부인과 아이에게 전할 수 있는 세상의 마지막 사랑이며 작별인사였다는 사실을 말해 주었다.

가만히 듣고 있던 그녀는 다시 눈물을 흘리기 시작 했고 남편의 사고 소식을 가족들이 숨기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되어 이제야 오게 되었다고 했다. 조금이나마 일찍 와서 편하게 갈 수 있게 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남편의 주검 위에 엎드려 흐느껴 울었다.

선배가 이일을 의사의 길로 들어선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이유는 생명의 끈은 인간이 끊을 수 없는 것임을 강조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사랑의 힘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존재를 이끌어 주는 인간의 사랑에 의해서 살아 숨 쉬며 움직이고 있어서 신(神)도 함부로 끊지 못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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