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총선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 열기는 도무지 살아나지 않는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3일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응답율 17.1%,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 포인트)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63.4%에 그쳤다. 이는 4년 전 17대 총선에서 조사한 77.2%보다 무려 13.8% 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더구나 2004년 선거에서 실제 투표율이 60.6%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 투표율은 50%를 넘어설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대로 가면 사상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16대 총선의 57.2%를 밑돌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선거 현장에서도 생생하게 반영되고 있다. 언론에서는 연일 각 후보들의 판세가 요동치고 있다고 보도하지만, 유세장에서는 청중 없는 연설이 태반이라고 취재기자들이 전하고 있다. 후보와 선거운동원은 열심히 표를 찾아다녀도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명함과 전단지만 넘쳐날 정도로 유권자들은 무관심하다.

선거 때마다 북적대던 각 당과 개별 후보들의 인터넷 사이트도 한산하다. 심지어 지역구에서 누가 출마하는지, 후보의 당 소속이 어디인지 모르는 유권자도 상당수에 이른다는 보도도 있다.

선거가 유권자들로부터 이토록 철저히 외면당하는 이유는 명백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소란스러운 공천갈등을 겪으면서 후보자 결정이 법적선거운동기간을 불과 며칠 앞둔 시점에 가까스로 이뤄졌고 공천 탈락자들도 줄줄이 선거판에 뛰어들어 혼란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돈 선거 파문이 잇따라 터지고 망국적인 지역주의가 다시 기승을 부려 유권자들의 정치혐오증을 촉발시킨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선거에 정책대결은 없고 구시대적 퇴행적 정치문화가 막판까지 선거판에 똬리를 틀고 있으니 국민의 실망은 당연한 것이다.

이러한 낡은 선거 풍토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철저한 심판이 필요하다. 정치에 염증을 느낀다고 신성한 한 표 행사까지 포기한다면 정치인들은 또 다시 국민 위에 군림하면서 저급한 정치습관을 버리지 않을 것이다.

정치 수준은 그 시대 국민의 정치의식 수준과 그 시대의 정치문화와 무관치 않다. 유권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통해 입법기능과 행정부 견제기능을 보다 유능하게 해낼 깨끗한 일꾼의 옥석을 가려내야 혼탁한 정치풍토는 개선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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