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파동과 탈당, 흑색선전으로 얼룩졌던 총선도 이제 끝났다. 여야 모두 선거운동에서 다짐했던 민생을 진지하게 생각할 시점이 됐다. 정치 올인에서 ‘경제 올인’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얘기다.

지금 우리 경제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성장동력은 회복되지 않고 민생은 불안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경제만은 살리겠다는 새 정부의 약속이 무색할 지경이다. 최근 세계경제는 금융대란과 자원대란이 동시에 엄습하는 유례없는 불안국면을 맞고 있다. 미국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져 국제금융시장에 무슨 일이 생길지 도무지 예측되지 않는다. 원유가격과 곡물가격이 폭등하면서 세계경제가 물가불안의 회오리에 휩싸였다. 우리 경제는 양극화가 구조화된 상태에서 투기거품이 많아 내면적 불안이 큰 상태다. 여기에 세계경제가 양 대란에 흔들리자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 경기불황으로 실업자가 늘고, 물가상승이 통제불능으로 치닫고 있다.

새 정부는 성장을 우선 과제로 삼고 갖가지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투자→고용→소비→투자의 선순환을 구축해 새로운 경제 발전을 꾀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경제는 오히려 기력을 잃어가고 있다. 시작이 잘못된 탓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독선, 특정 인맥 심기, 결격 각료 임명 등 국민의 뜻과 동떨어진 정부 구성을 서둘렀다. 게다가 현실성이 부족한 대선공약에 얽매여 정제되지 않은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경제를 살리기는커녕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제 관료들의 구시대적 편싸움이 심각하다. 최근 경제의 핵심 변수인 환율과 금리를 놓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정면으로 대립하고 있다. 재정부는 당장 수출을 늘리고 기업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환율을 높이고 금리를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은행은 금리를 내리거나 환율을 올리면 물가 불안이 걷잡을 수 없으며, 그러면 수출이나 투자증가 효과도 사라진다는 논리를 편다. 싸움은 이것뿐 아니다. 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국책은행 민영화를 놓고 충돌을 빚고 있다. 금융위는 산업은행부터 민영화해 금융시장의 국제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계획까지 마련했으나 재정부는 민영화에 앞서 산업은행, 기업은행, 우리은행을 합쳐 대형화하겠다고 한다. 경제부처들이 정책보다는 힘겨루기에 열중하는 모습이다.

더욱 큰 문제는 정치불안이다. 총선 때 앙금이 그대로 남아 정당 간, 계파 간 싸움이 앞으로도 그칠 것 같지 않다. 나라가 흔들려도 권력투쟁이 계속될까 우려스럽다. 그렇게 되면 고통 속에 헤매는 민생경제가 어디로 가겠는가. 마치 풍랑을 맞아 표류하는 배 위에서 선원들이 편을 갈라 싸우는 형국이다. 이런 싸움판을 걷어치우지 않는다면 향후 국정이 혼란에 빠져 잃어버린 5년이 되풀이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면 우리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회복불능의 상태로 쓰러지고 만다.

이제는 정말 경제다. 정부와 정치권은 그간 정책상의 오류와 선거 후유증을 씻고 경제 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관료들은 국민 위에 군림하려 들지 말고 국민의 아픔을 몸으로 느끼는 진정한 머슴의 자세로 돌아가야 한다. 정치인들은 여야, 정파를 떠나 경제 살리기에 힘을 모으고, 싸울 일이 있더라도 경제부터 살린 연후에 해야 한다.

중요한 사실은 새 정부 정책이 대기업과 고소득 계층에 치우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를 살리려고 출자총액제한제도 등 규제를 풀기로 했으나 중소기업들은 설 곳이 없다. 법인세와 소득세 감면 등 감세정책의 혜택도 대주주와 고소득층에만 집중되고 있다. 경제불안의 뿌리는 중소기업 붕괴, 중산층과 자영업자의 몰락, 실업자와 비정규직 양산 등 양극화에 있다. 이들을 살리는 데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펴야 한다. 그래야 경제 전반에 힘이 솟아 새로운 도약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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