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이 숨어있어서 아름다운 건 사막뿐이 아니었다.
골짜기가 뱀처럼 구불구불 이어진다고 뱀사골일까, 지리산 뱀사골의
물은 한여름 더위와 삶의 갈증이 싹 가시도록 차고 맑았다.

초록이 짙은 7월의 지리산 정기가 거기 풀린 듯, 녹차 향이 날것만
같은 계곡 물에 못생긴 발을 담그기가 참 미안했다.
가족이 좋고 친구도 좋지만 산만큼 혹은 물만큼이야 하겠냐고 혼자
종알거리다가, 곁에서 웃고있는 사람들을 둘러보며 나도 같이 웃었다.

체력이 부진한 탓일까, 성의가 없어서일까. 역사 속의 빨치산들이 신
문을 인쇄했던 석실이나, 전설 속에서 용으로 승천하지 못한 이무기
가 살다 죽었다는 뱀소에도 들리지를 못했다.

민족의 애환이 서리서리 어리어 마침내 "어머니의 젖가슴과 같다" 하
는 명산을 제대로 더듬어보지 못한 이 아쉬움은, 여름이 다 가기 전에
나로 하여금 다시 지리산을 찾게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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