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팔월 보름은 밝고 풍족했다.
오색단풍 황금들녘은 인심까지 넉넉케 하였으니, 걸인도 배부른 시절이었다.
온 식구들이 함께 전을 부치고 송편을 빚어서 정성껏 차례 상을 차려내었고,
온 마을 사람들이 같이 어울려서 놀이하며 달을 맞았다.
아마 농사일로 지친 서로에게 기운을 복돋워 주었을 테고,
이 땅에서 살게 해준 조상께 감사드리고픈 마음이 저절로 일었을 꺼다.

올해도 한가위가 목전인데 고향 가셔야죠, 하는 인사 건네기가 민망하다.
그리운 가족·친지들과 고향집에 모여 앉을 생각으로 가슴이 달뜨기는 커녕
실직(失職)으로 부모님 뵐 면목이 없다 하는 이,
형제지간에 나누어 줄 것이 없다고 하는 이가 많다.
올해는 못가요, 하면서 소박한 내 이웃들이 한숨 짓는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봄에 바지런히 씨 뿌려서 여름내 정직하게 땀흘린 이가
한가위만 같아라고 노래 부를 수 있는 시절을 살고 싶다.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서 명절을 지낸 즐거움이 힘겨운 일상을
꾸려갈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게 말이다,  달아...달아.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