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을 통틀어서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사랑이라고만 여겼었다. 그 생각에
반전을 가져오게 한 책이 있는데, 제목부터 의심스러운 *[그날 밤의 거짓말]이다.

국왕 암살 음모죄로 다음 날이면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질 네 명의 죄수; 학생 군인
시인 그리고 정치인은 밤새 가장 치열했던 생의 순간을 각자 이야기 하게 된다.

사령관은 그들에게 배후자를 무기명으로 적어내면 전원 살려줄 것이라 제안하고,
수도사로 변장하여 그들의 대화를 부추긴다. 똑같이 혁명의 길을 걷고 있었지만
그들은 나이와 직업이 다양하듯, 그 동기가 모두 달랐다.

죽음 앞에서 서로에게 제발 양심을 버려줄 것을 간절히 바랬을 지도 모를 그들의
이야기(시대와 이념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 꿈과 사랑이며 소명이었다)가 끝날 무렵
새벽이 밝았고, 그들은 조용히 쪽지에 뭔가 적어 내었다. 그러나 모두 처형 당했다.
배후자란 그들이 꾸민 가상인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 사령관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 날 밤에 나누었던 거짓말 같은 그들의 삶은 신의(信義)였다고 본다.
신의란 특정인에게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가족과 애인과 국가에 대한 신념의 생을 회상하면서, 학생과 군인
시인과 정치인까지 죽음을 두려움 없이 맞았다.

사랑이 가슴을 뜨겁게 하는가. 신의(信義)는 머리를 서늘하게 한다.
비록 무형하나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며, 우리가 사람이기에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제수알도 부팔리노 지음. 20C 이탈리아 문학을 대표하는 명작.

저작권자 © 금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