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대포 백사장 거친 모래사장을 거닐며 다들 무슨 상념에 사로잡혔을까요?

시인 이향지는 "바다로 가는 길은 바퀴들도 파도를 탄다"고 했다.  내겐 대대포 가는 길이 그렇다.
상상 속  금빛 노을, 모래톱 너무도 아름다워 가슴이 아렸다. 눈이 열리고, 귀가 트였다.
모래, 하늘, 바다, 바람…,  내몸의 모든 촉수는 다대포의 자연을 향해 뻗었다. 

다대포 해수욕장,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있는 명승지.
살고 있는 곳 하고 거리가 워낙 멀어, 가보려 해도 엄두가 나지 않는 곳.
그저 낙동강 하구 끝에 있다는 것과 그리고 몰운대와 함께 주변 산의 경치가 아름다운데다 흰 모래사장이 넓게 전개되는 바다 정도가 나의 상식이었다.

다대포 해수욕장 저녁 노을이 아름답다는 소식에  마음에 끌려 한번 두번 다대포를 찾아갔더니,
다대포는 내게,  내게 말이지….
어느 날은 털썩 주저앉고 싶을 정도의 아름다운 자연의 속살을 내비쳐주고,
또 어느날은 지독한 해무에 쌓여 토라진듯 먼길 달려온 시간을 무위로 만들어버리고,
그렇게 숨박꼭질하며 많은 감흥과 추억을 내게 안겨주었다.

다대포는 말 그대로 크고 넓고 포구란 뜻인데 옛날에는 지금의 부산항보다 더 어물의 교류가 왕성했다는 기록도 있다. 임진왜란의 격전지인 몰운대와 이웃하고 있으며 끝이 보이지 않는 백사장과 수심이 얕아 많은 사람들이 찾는 곳이란 기록도 더하고 있다. 특히 바닷가에서는 고등어 낚시를 할 수 있고 썰물 때 모래사장조개잡이 재미도 솔솔 느낄수 있는 곳이다.

특히 모랫벌사이에서 발을 삐죽이 내밀고 있거나 발발거리고 가는 무수한 게들을 볼 수 도 있어, 어린 시절을 바닷가에서 보낸 분들은 추억에 젖게되는 곳이기도 하다. 해수욕장은 낙동강 상류에서 밀려 내린 양질의 모래로 몰운대를 육지로 이어지게 되었고, 또한 천연의 사장을 이룬 반월형으로 휘어진 모래사장은, 1970년대에 이르러 정식으로 개장을 보았다 한다.

세월따라 사라지고 훼손된 모래사장만큼 백사장의 낭만도 잦아들었겠지만 1970년대나 지금이나 상념에 쌓여 걷는 이, 웃음소리를 세상에 퍼트리며 뛰는 아이,  다정한 연인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지금도 가족들이 모래사장과 어우러진 바닷가를 거닐거나 조개나 게를 잡기위해, 그리고 낚시를 하기 위해 오고 있고, 더구나 다대포 해변을 끼고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둑에는 낚시로 휴일을 즐기려는 사람들로 재미있는 풍경을 만들고 있다.

아름다운 자연은 공해와 매연과 찌든 무딜 대로 무뎌진 감각기관을 열어 놓는다.
몰운대와 멀리 보이는 산능선은 참 아늑하다. 거센 바람을 걸러주고, 순풍만 슬며서 돌려 보낸다.
내가 들이켜는 다대포의 공기는 소금기가 얼마쯤 섞여 있어서, 내쉬는 숨을 최대한 길고 깊게하여
허파주머니를 비운다.

비우고 다시 넣는 순간, 탄력을 회복한 허파 안으로 신선한 공기들이 들어찬다.
나는 그 변화를 눈을 감고 느낀다.
삶이란 구름속을 떠돌며 묻혀온 희로애락의 찌꺼기들을, 다대포는 말없이 받아서 정화시켜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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