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큰 별이 떨어졌다고 전국에 애도의 물결이 출렁인다.
한국 하늘에 초록별이 사라져버렸다는 상실감에 한숨이 절로 나온다.

별은 캄캄한 밤하늘을 밝히고 방랑자에게 길잡이가 되어주며 내일의 희망을 품게 한다.
전세계 최연소/우리나라 최초의 추기경이었던 故 김수환 추기경의 빛은 초록이었다.
그가 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바탕으로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을 우선
하는 삶에서 나아가 ‘함께하는 사랑"으로 가자!”고 부르짖었기 때문이다.

나는 수녀원이 있는 담이 높은 학교에서 여고시절을 보냈다. 청순한 이미지와는 좀 어울
리지 않을 정도로 달변이며 정치/경제에 해박한 수녀님을 통해서, 순교자의 집안에서 태
어났지만 사제의 길을 택한 김수환 추기경을 알았다. 그때 나는 선생님의 몸은 수녀복 속
에 갇혀있어도 정신은 이 세상 어느 구석인들 가닿지 않는 곳이 없는 것 같아 마냥 신기
했다.

김수환 추기경의 원칙은 교회쇄신과 사회참여였다. 종교의 벽을 과감히 뛰어넘어 사회로 나아
갔으나 그의 활동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기에 누구도 비난할 수 없다. 김수환 추기경
으로 인해 한국 카톨릭은 지금만큼 도약했으며, 한국 정부가 긴장했고, 한국 노동자의 권익은
지켜져 왔다.

현실적으로 한국 정치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수신제가(修身齊家)한 이의 적극적인 활약이
목마르던 찰라, 김수환 추기경의 별세는 범국민적 비보다.
격동의 세월을 소신있게 살아내신 선각자의 하얀 옷자락을 붙잡고, 서럽게 울고 싶은 심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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