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하구 철새도래지

# 을숙도 새들의 울음소리

기상청 관측 이래 가장 따뜻하다는 겨울이 지나고 있다.  사계절을 다 가보았으나, 이상할만큼 겨울그림으로만 남는 곳, 을숙도.  반짝 꽃샘 추위라도 찾아온다면 을숙도를 찾아 겨울과 작별인사를 해야한다.

대만 남은 갈대들, 새들의 푸덕이는 날개짓과 끊이지 않는 울음소리. 인간을 차분하게 만드는 겨울그림이 을숙도 철새도래지에 펼쳐진다. 돌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듯 철새도래지 위의 저녁노을은 아직도 눈시린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이겨울, 부활할 낙동강 끄트머리 새들의 낙원으로 우리 발걸음을 옮겨보자.

우리 고장이 낳은 문단의 거목 김정한 선생은 ‘낙동강과 파숫꾼’에서 을숙도의 갈대와 철새를 리얼하게 터치한 바 있다.  갈라져 내리는 낙동강의 끝 하류가 ‘정말로 멋있다’…사하 에덴동산을 내려 타는 나룻배와 을숙도 갈대밭을 드나들던 그 모습/ 똥장군 지고 다니는 농부의 마음은 어떨까?/ 지금은 그 언어가 주는 말의 뜻은 찾을래야 찾을 수 없고, 그 뜻도 사라진지가 너무 오래다.

#천연기념물 제179호 지정된 철새도래지

낙동강이라는 이름은 『가락의 동쪽』이라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가락은 삼국시대 가락국의 땅 상주를 가리키고 있으며, 낙동강은 태백시 황지못에서 발원하여 영남지역을 구비구비  흘러 남해로 흘러드는 가야와 신라천년의 민족애환과 정서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현재 철새도래지로는 주남 저수지나 동판 저수지가 으뜸으로 꼽히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나라 최대이자 동양 최대규모의 철새도래지로 명성을 드높였던 곳이 을숙도 철새 도래지이다. 1966년엔 천연 기념물 제179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을숙도는 87년 낙동강 하구언이 들어서기까지는 갯펄이었다. 지금 갈대밭의 면적이 그전과 비교도 안될 만큼 줄어들고, 김해평야서 바다로 흐르는 물줄기를 막으면서 찾아오는 철새가 급격히 줄었다. 을숙도는 김해 명지를 지나 하구언쪽으로 접어들면 을숙도 휴게소와 하구언 뚝이 맞물린 갈림길서부터 시작된다. 현재 완전개방 상태가 아니여서, 관리소에 방문 사유 등을 말해야 통과가 된다.

#군무가 아니라도 채워지는 충만함

일직선으로 난 길을 걸으며 ‘역시 새가 별로 없구나’하며 실망에 빠져들 순간, 새들의 울음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다. 끌리듯 길을 돌아가니 형언할 수 없는 겨울그림이 펼쳐지는 것이다.  을숙도, 너른 간석지(干潟地) 가운데 아득하게 펼쳐진 겨울 바닷가를 지나는 수많은 철새와 바람이 눈에 들어왔다.

얕은 뻘밭에서 청둥오리, 괭이갈매기, 백조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고니들이 먹이를 찾고, 쉬기도 하며 노닥거리고 있었다. 사람이 지니자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솟구치는 가창오리떼, 짝을 잃고 눌러앉은 고니, 먹이를 찾아 회색 하늘을 날으는 기러기들도….

두번을 찾은 을숙도에서 하늘을 뒤덥는 군무를 볼 수는 없었지만 안타깝지만은 않았다. 마치 여백이 제역할을 하고 있는 그림을 보듯이, 앙상한 제모습을 드러냈지만 충만함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직도 머리에 쌩하고 남는다. 갯가에 고니떼가 노닐 때 서산에 기울어져간 아름다운 저녁노을이.
아직도 겨울이야기가 들리는 듯하다. 정적이 감도는 을숙도 갯가의 겨울풍경과 바람이 전하는 겨울 이야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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