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 줄기가 남으로 뻗어내려 이룬 산이 금정산이지만 이 산을 이루는 작은 봉우리 중 유독 계명봉만은 동으로 향해 솟아있다. 금정산에는 옛이야기가 얽혀 있는 봉우리가 더러 있는데 계명봉 또한 그런 봉우리 가운데 하나이다.

계명봉에는 불교설화가 짙게 깔려있다. 계명봉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계명암이다. 계명봉의 바위와 어우러져 특이하게 마음(心)자를 이룬 도량인 계명암은 이곳은 예로부터 수심도량으로 널리 알려진 암자다.

닭울음소리 예불시간 알려줘

계명의 뜻은 불교적으로 해석해보면 밤을 새워가며 정진을 거듭하던 납자(納子)들이 새벽 2시반이면 일어나 예불을 드리던 그 시절, 맑은 날은 별을 보고 시간을 가늠했지만 흐린 날은 시간을 알기 어렵다. 그런데도 이 암자에서는 어김없이 예불시각을 지킬 수 있었다고 한다. 하늘에서 닭울음 소리가 들려와 예불시각을 알려주었다는 이야기다. 그로부터 스님들은 이 암자를 계명암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전설이 남아있다.

닭은 삼경(三更 = 밤 10시 30분~ 밤중 12시 30분, 요즘 시간으로 11시~1시)이 지나면 첫울음을 운다. 늦어도 인시(寅時)에는 꼭 울어댄다. 이것은 새벽을 알리는 닭울음 소리다. 그런 닭의 생태를 두고 불교에서는 「무명(無明)을 깨친다」는 것으로 상징적으로 풀이한다.

또한 의상대사가 계명봉 서쪽 고개에서 절터를 찾던 중 한밤중에 난데없이 닭이 울었으므로 그곳에 절을 지은 것에서 유래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효의사(曉義寺)라 불린 그 절은 사라지고 없지만, "계명봉"이란 이름이 생겨난 전설이 되고 있다.

범어사 三寄 중 하나

계명암 「雌雄石鷄(암 ∙ 수탉바위)」 자웅석계는 이른바 범어사 三寄 가운데 하나가 되는 전설의 대상물이다. 이 자웅석계는 계명암 법당 옆을 끼고 오르는 오솔길을 따라 50m쯤 지나는 자리에 우뚝 박혀있다. 원래 이곳에 그 뜻과 같이 수탉과 암탉의 신비로운 모습의 바위가 나란히 박혀있었다고 한다.
그런 자웅석계가 지금은 수탉바위만 외톨이로 남아있다. 일본인들이 그중 암탉바위를 따로 밀쳐내 버리는 행패를 저질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로부터 범어사 사세가 날로 기울어버렸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위기를 알리던 봉수대

자웅석계를 이룬 바위를 뒤로하고 산허리의 길을 올라가면 계명봉과 삼각 산봉오리에 연기와 횃불로 국방상의 위급한 소식을 전하던 통신방법인 봉수대가 있었던 흔적이 눈앞에 들어온다.
서쪽은 금정산 고당봉에 이어지고, 북쪽은 양산의 원적산 봉수대와 연결되는 이 봉수대는 동남쪽 해안의 산봉오리에 설치된 부산지방의 여러 봉수대가 이 곳에서 마주 보이는 곳에 해당된다.

지금은 옛날에 불을 피워 올렸던 화로자리만 덩그런히 남아있을 뿐이지만, 옛날은 석축으로 된 소성보(小城堡)를 이루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 점으로 미루어 보면 계명봉은 종교를 떠나서 국가 주권수호라는 의미에서도 뜻깊게 새겨질만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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