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악산에서 바라본 부산 전경

지난 22일,
역사에 한번뿐인 2010년의 가을입니다.

부산 날씨가 춥다는 기상청예보를 들었어도 "으악새 슬피우니 가을인가요’를 그리며 ‘승학산’에 갔습니다. 새벽 6시경 대신동 꽃마을에 도착, 기상대서 붉은 에너지인 아침 해를 맞고, 황량한 민둥산에서 억새를 오감으로 만났습니다. 은백색으로 흰손을 풀어 헤치고 바람에 날리는 억새꽃을 보고 한참이나 멍하니 서 있었습니다.

저 처연한 흰손은 누굴 향한 절규인가요.
올 가을은 슬프고 아픈 일이 없었으면 했는데 어디 세상 일이 다 뜻대로만 됩니까?
억새가 흰손을 내밀 무렵 친구와 이별이 서러워 ‘기러기 울어 예는 하늘 구만리,
바람이 싸늘 불러 가을은 깊어가네.’하고 부르는 노래에 담겨진 슬픔_
그 슬픔은 낭만적 슬픔이요. 해가 낙동강을 넘어 가듯
인생의 황혼이 다가온 것을 깨닫고 느끼는 슬픔_ 그 슬픔은 감상적 슬픔입니다.

‘승학산’은 온통 은백색의 향연이었습니다. 그냥 누가 그린 것도 아닌데 ‘승학산’은 절로 자신을 그려 갑니다. 바람이 지나며 하늘의 별이을 쏟아낸 것 처럼  역광에 반짝였습니다. 그런 운치를 보는 것이 얼마 만인가. 또 몇해나 볼까?

‘승학산’ 등성은 다대포를  보이며 지나가는 바람이 물감 한 방울 떨어뜨려 알록달록 단풍이 들고 있는 것을 보니 참 예쁘기도 합니다. 단아하고 곱지만 ‘승학산’ 행보속에는 결연함이 있습니다. 이 예쁨이 지나면 적막이 이어질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을의 어여쁨은 가볍지가 않습니다.
그 아름다움 속에는 모든 것을 다 던질 수 있다는 결연한 각오와 그 각오마저도 잊은 담담함이 엿보입니다. 가을 ‘승학산’의 아름다움 앞에 서서 찬탄만 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어쩌면 진정한 아름다움은 모든 것을 다 버릴 수도 있다는 그런 결연함이 바탕이 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애착이 끊어진 가을 ‘승학산’은 그래서 더욱 아름답게 다가옵니다. 가을 ‘승학산’에 들려 나도 애착을 버립니다. 애착을 하나씩 버릴 때 마다 가을 산처럼 그렇게 아름답기를 바랍니다.

▲ 시악산에서 바라본 부산 전경(2)
▲ 시악산에서 바라본 대신동 구덕 체육관 인근 마을
▲ 승학산 "갈딱고개"에서 넘어 "승학산" 자락에 억새가 흰손을 흔들며 소금을 뿌려놓은 듯 정취를 더하고 있다.
▲ 하얀 손을 흔들며 "안녕"을 고하고 있다. 다음해 가을에 만나자고....,
▲ 하얀 억새 넘어 다대포가 보이고, 아름다운 정취,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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