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정산 효자암 "김장김치" 불우한 이웃들께 7,500포기 담궈 전달

▲ 완연한 겨울, 배추 한포기 한포기에 정성을 다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알아달라구? 아니 그냥 전해졌으면 하지”,  잠시 멈칫 하시더니 “그냥 김치 한쪽 드시면서 참 맛있네”하시며 그걸로 족한가.. 허허”.

매해 12월이면 엄청난 양의 김장을 담궈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금정산 자락 효자암 월봉스님의 얘기다. 몇년 전 본지에서 기사로 다룬 적도 있지만, 들여다볼수록  노스님의 김치 보시가 유별나다는 생각이다.

그것도 그럴만한 것이 배추로는 7,500포기, 플라스틱 상자로도 1,200여개. 김장에 들이는 시간이며 인력이며, 입을 턱 벌릴 정도다.  어디 김장이 물량공세로 마무리 되는 작업이던가.

열흘 넘게 매만지던 김장김치와 라면 4백박스를 지난 월요일부터 영도구 연제구 금정구 동래구 등 인연 맺은 곳곳 1천 200여 가구에 전달됐다.

고맙고 고마운 세상 속 풍경소리를 들으며 기자도 동참했다. 그날의 잔잔한 감동을  아름다운 기록에 담느라 분주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관심이 없다면 감동은 결코 찾아오지 않는다. 관심은 모든 것이 살아 있음을 일깨워주는 것임을  느꼈다.

▲ 암자 뒷편,  최대수용인원이 동원된 김장을 위한 임시작업장 


이 행사에 한나라당 금정구 당원협의회 회원들도 동참해 눈길을 끌었다.  4일 마지막으로 김세연 국회의원도 동참했고, 금정구 한나라당 소속 정치인들도  아침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함께했다. 그에 앞서 지난달 29일부터 한나라당 금정구 당원 협의회에서는 매일 약 70여명이 참여, 배추 무우 골라 손질하기, 소금에 절이기, 절인 배추 건져 손보기, 양념 버무리기 등 무려 일주일간 약5백명이 현장에 나섰다. 김장이 마무리되기까지 팔 걷어 부치고 나선 이들의 노력과 시간들이 묻어있는 것이다.

웃음꽃을 피우며 떠들썩한 사랑의 김장담구기 행사.  무려 김치 7천5백 포기를 담구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은 아니었다. 월봉당(주지스님)이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며, 총지휘를 했기에 가능했다.

다들 몸으로 하는 봉사에 이력이 나서인지 그리 피곤한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4일 오후 3시 무렵 김장 담기에 사용된 용기를 씻어 정리하고,  바닥 청소를 말끔히 하는 것으로  일주일 넘게 걸린 사랑의 김장 담구기 행사는 막을 내렸다. 

효자암을 가득 채웠던 이들이 암자를 떠나자  산사엔 적막이 흐르는 것 같다. 눈에 띄는 것은 동래 출신 이진복 국회의원 부인이 오후 늦게까지 김장일을 마무리하며, " 우리 국회의원이 왔으면 마음이 섭했을 것 같다. 금정구에서 와서 이렇게 봉사를 하는 것을 보면... "이란 말을 하기도했다. 금정구 사람들의 대단한 팀워크가 못내 부러운 모습이었다.  

이렇게 효자암 "사랑의 김장 담구기 행사"는 끝났다. 효자암 추녀 밑에서 기자는  금정산을 바라보았다. 낙엽이 지고 풍경이 운다. 그러나 그 울음에는 슬픔이 없다. 그냥 고요하고 편안할 따름이다.

조그만 암자 "효자암"이 의지는 대단하다.  왠만해선 이런 봉사는 엄두도 못낼  것 같다.  해마다 4월 초파일이면 쌀을 준비해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주고 있다.  또 몇 년전까지 금정구 내 모 중학교에 장학금을 기부하다가, 장학금이 다른 목적에도 사용되는 것을 알고선 중지했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주지스님인 월봉당께선 "중옷을 입었으면 가난한 이웃을 돌보고 배려하는 것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며 그 가르침을 손수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큰 절에서도 하기 어려운 "사랑의 봉사", 그 사랑이 부처님의 가르침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생각케 하는 하루였다.

열흘 넘게 매만지던 김장김치들은 지난 월요일부터 영도구 연제구 금정구 동래구 등 인연 맺은 곳곳 1천 200여 가구에 전달됐다.

▲ 행사가 끝나고 텅빈 절간에서 월봉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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