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왔다. 범어사(梵魚寺) 산문(山門)이 막혔다.
내 마음은 온통 하얗게 맑아지는 것 같다. 눈은 길에 쌓이고  쌓여, 내 마음에도 쌓였다.

내 마음에 쌓인 눈은, 빙그레 웃으며 추억과 먼 미래 꿈들을 전한다.
온통 하얀 눈으로 설산(雪山)이 됐다.  와, 좋네 ‘눈이 계속 온다.’ 중생들은 눈을 맞이 한다.

문득,
이유도 없는데, 스님의 섭섭함, 그러면서도 저며오는 하얀 고요함이 손에 잡힐 듯 만하다.
스님 방엔 동자는 없고 가지런한 고무신들만 주인의 암향(暗香)을 피우는 여기,

산새야, 네게 물으련?
골물아, 네가 답하련,

잿더미 천왕문(天王門)에서 풍경소리를 듣는다. 서글프다고 낮은 소리로 운다.
경내는 허무(虛無)만 떠돈다.  몸을 사른 天王門은 돌아 왔다.
눈 내리는 여운(餘韻)에 풍경(風磬)은 바람을 탄다.  

가장 겸손한 소리이고 낮은 소리다. 
그 소리가 아름다워 天王門 자리에 서서  話頭를 꺼내든다.  (201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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